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위장전입을)했지만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14일 열린 국회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가 된 '위장전입'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민일영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부정을 시인하고 경위를 조목조목 해명하며 사죄했다.
청문회에서는 대법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야 할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들이 민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사실도 드러났다. 자문위는 "첫 집을 장만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민 후보자의 해명이 '정상 참작' 사유라고 밝혔다.
'위장전입' 의혹은 그간 고위공직자를 중용할 때마다 등장했다. 참여정부 때는 물론이고 새 정부 들어서도 고위층 인사들의 위장전입 문제는 계속 논란이 돼왔다.
이번 개각에서도 마찬가지로 위장전입 문제는 인사청문의 핵심 검증대상이 됐다. 국무총리 후보자, 대법관 후보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찰총장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위장전입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법치국가의 얼굴격인 대법관과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 법률가들마저 실정법을 밥 먹듯 어기고 있다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은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더 이상 얘깃거리가 안 된다. 사회적 권위에 대한 존경도 사라진지 오래고 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이 빚어 낸 '불법불감증'이 만연화됐다.
법치국가에서의 법이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회구성원간의 약속이다. 사회구성원들은 어떤 경우라도 법을 지켜야하고 법을 어기면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
특히 대법관직은 법이 올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자리 인만큼 대법관이나 그 후보자들에게는 다른 어떤 공직자보다 투철한 준법의식이 요구된다.
법치를 행하고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고위인사들마저 법을 우습게 여기고 법이 상황과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면 준법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법치의 근간은 법의 형평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층과 상황을 막론하고 엄격한 법적 잣대가 적용될 때서야 비로소 법의 위상이 서고 법질서가 확립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대법관 후보자마저 법을 어기고 기준도 없는 법적 관용이 베풀어진다면 그 누가 법 준수를 강요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