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돈을 못쓰면 투자는 누가하나"

"부자가 돈을 못쓰면 투자는 누가하나"

김만배, 배혜림 기자
2010.04.27 07:45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율촌 소순무 변호사

- 감세정책 비난 목소리에 철회 '큰문제'

- '부자감세'도 경기부양 위해 필요한일

- 세금은 복지기틀 만드는 유일한 수단

- 납세자 손해보는 느낌없어야 조세개혁

'부자감세'. 이명박 정부의 감세기조를 반대하는 야권이 쓰는 단골 용어다. 정부는 민간부문을 활성화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야권은 가진 자의 세금을 줄여주고 서민층의 부담을 늘려 계층 간 갈등을 빚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지방재정 파탄의 주범이라는 비난도 일부에서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의 소순무(59.사진) 조세 전문 변호사는 '부자감세'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면 '경제 활성화'라는 큰 산을 보지 못한다는 입장에 서있다. 그는 세법을 손질할 때 정치권에서 감세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이유로 개정을 철회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세법을 개정하면서 '부자감세'라는 말만 나오면 다들 두 손을 들어버립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세율을 인하한 상속증여세 개정안을 냈는데 부자감세 얘기가 나오면서 결국 백지화됐습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부자'들의 자녀에 대한 증여로 미분양 아파트를 줄여 주택경기가 회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겠죠."

부(富), 재산,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 소 변호사의 지론이다. 그는 "부자가 돈을 쓰지 않으면 투자로 이어질 수 없다"며 "기업에 대해서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에 기여하는 측면을 인정하는 것이 시대적인 요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세무조사 관행에 제동=판사로 임관한 소 변호사는 1992년 국세청이 현대그룹과 그 일가에 1300억원의 법인세를 물린 사건의 상고심 재판과 토지초과 이득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계류 사건의 조사 및 보고를 책임지는 등 법관 재직 때부터 조세 분야와 인연이 깊었다. 1993~1997년 대법원 조세전담연구관과 팀장을 지낼 때도 업무상 조세 관련 상고사건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법무법인 율촌 소순무 변호사 ⓒ임성균 기자
↑법무법인 율촌 소순무 변호사 ⓒ임성균 기자

그는 2003년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해 조세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6년 중복세무조사에 의한 과세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최초로 이끌어내 무리한 세무조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또 매출누락을 이유로 세무당국으로부터 '소득금액 변동통지'를 받은 법인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은 소득금액 변동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을 폐기시켜 기업의 권리를 보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 변호사는 특수 관계자 간에 거래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과세당국과 납세자가 상호 합의해 사전 결정한 뒤 약정기간 동안 사후심사를 면제하는 '사전심사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가 "패키지 적층 기술(DDP: Double Die Package)에 관세 285억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삼성전자를 대리해 1,2심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팬택의 복합 반도체칩(MCP: Multichip Package)에 관세 37억원을 부과한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도 이끌었다.

소 변호사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 기업과세분과위원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서울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재정경제부 세제실 고문 등을 역임, 조세 분야의 '대부'로 통한다. 지난 3월에는 교수, 변호사, 판.검사, 세무사 등 조세관련 분야 회원 90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세법학회 회장에 취임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구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공익적 업무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000년 발간된 저서 '조세소송'은 실무자들에게 필독서로 인정받는다. 실생활과 밀접한 조세소송의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서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소 변호사는 "조세 관련 행정소송 뿐만 아니라 민사와 헌법 소송을 모두 다룬 책인데 최근 개정 5판을 내는 등 판례가 바뀔 때마다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율촌 조세그룹은 변호사와 세무사, 관세사, 공인회계사, 국세청 출신 전문가, 미국변호사 등 각 직역이 팀을 꾸려 운영되고 있다. 소송의 성격별로 각 직역의 인재를 섞어 사무실을 배치한 것도 독창적이다. 소 변호사는"4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세그룹은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무계획부터 조세쟁송에 이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 정비해 납세자 배려해야="세금은 현대국가에서 국가를 유지하고 복지기틀을 마련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복지예산은 단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 보장, 노령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비용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됐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금은 약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위한 일종의 기부 성격도 있는 거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국가가 사회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때도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소 변호사는 세법을 입법할 때 경과규정을 두고 납세자가 예측가능 하도록 충분히 알려주면 조세저항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법을 모르면 세금을 많이 내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양도소득세의 경우 거래 시점을 잘못 선택하면 서민들은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 양도소득세의 과세 여부와 과세표준세금은 주택 매매계약일이 아니라 잔금을 청산한 시점에 결정된다. 따라서 계약 시점과 실제 주택취득 시점 사이에 법이 개정되면 안내도 될 세금을 내야 하거나 더 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정책 입안과 집행에서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소 변호사는 "세법을 손질할 때도 납세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납세자가 '나만 손해 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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