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성공적 기업구조 개선에서 시작된다"

"기업 경쟁력, 성공적 기업구조 개선에서 시작된다"

김만배, 배혜림 기자
2010.04.16 12:42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KCL 최원현 변호사

↑법무법인 KCL 최원현 변호사 ⓒ홍봉진 기자
↑법무법인 KCL 최원현 변호사 ⓒ홍봉진 기자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 외형과 규모의 확장보다 수익성 위주의 성장전략을 우선해야 합니다. 내실 있는 성장은 성공적인 기업구조 개선에서 시작됩니다."

법무법인 KCL 최원현(55) 기업법 전문 변호사는 회사분할과 합병, 합작회사 설립 등 기업구조 개선 기법의 교과서를 만든 1세대 법률 전문가다.

최 변호사는 과거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풋옵션과 콜옵션을 통해 기업가치 회수를 극대화하고 주식매매 예정가격과 에비타(EBITDA : 세금.이자 지급전 이익)와의 연동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신기법을 정착시켰다. 또 상환 및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외자유치 등의 방법을 도입, 기업의 이익보호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의 '소주시장 진출' 성공 이끌어최 변호사가 10여 년간 전담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기업 구조개선 작업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특히 최 변호사는 두산그룹의 소주시장 진출을 성공시킨 숨은 일등공신이다.

1993년 두산그룹이 경월소주를 인수하자 금복주와 대선, 무학 등 영남지역 소주3사는 OB맥주의 주식을 은밀히 매집하며 인수합병(M&A)의 전초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3년 뒤 법원으로부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내면서 두산그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OB맥주의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가 허용될 경우 맥주제조의 고유기술이 유출될 개연성이 높다"는 논리를 내세워 가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이끌어냈다. 영남 소주3사의 M&A 시도를 무산시킨 것은 물론, 영업비밀 유출까지 막아낸 셈이었다.

그는 1998년 동아건설의 워크아웃 때 주관은행이었던 서울은행을 자문하면서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의 채권을 액면금액으로 출자전환하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시켰다. 당시 그는 대법원을 설득해 금융감독원의 확인을 받기만 하면 부실채권을 출자전환할 수 있도록 등기예규를 변경, 자칫 무산될 뻔한 동아건설의 워크아웃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시켰다.

◇'정보력'…기업의 명운 가른다"기업구조 개선의 성패는 정보력에 달려있습니다.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률자문을 하려면 사업 분야 전반을 이해하고 해당 업종의 영업활동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최 변호사는 술에 관해서는 '대가'로 통한다. 각종 주류의 제조법과 특성을 모두 꿰뚫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주류지식을 인정받아, 주주가 세 차례나 바뀐 OB맥주에 15년째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1993년 한국석유개발공사(현 한국석유공사)의 고문변호사로 위촉됐을 때는 석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론 유전탐사 장비와 기술까지 공부했다.

그는 사업 지식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시야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두산그룹이 코카콜라 사업을 미국 코카콜라에 다시 매각하는 협상이 진행되던 1997년.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매각협상이 양측의 입장차로 지지부진하던 어느 날이었다. 코카콜라가 당시의 환율로 환산한 원화를 기준으로 협의할 경우 두산그룹이 제시한 매각금액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다.

결국 원화를 기준으로 두산그룹이 원했던 금액에 맞춰 협상은 타결됐고 2~3개월 뒤인 1997년 12월 말 계약도 마무리됐다. 그런데 반전은 이 때부터였다. 국제금융위기로 환율이 2배 가까이 폭등한 것. 최 변호사는 "코카콜라가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계약체결 시점의 반값으로 사업을 인수하는 것을 보고 미국 다국적기업의 정확한 경제전망 예측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협상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하려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에 애착 남달라최 변호사는 1983년 수원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뒤 1년 만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과거 완료형 사건이 아닌 현재진행형 사건을 접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뉴욕대(NYU)와 콜럼비아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로펌인 베이커 앤 맥켄지(Baker & McKenzie)에 입사, 기업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은 최 변호사를 귀국길에 오르게 했다.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가 법무법인 KCL을 창립한 것도 해외에 진출하거나 외국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법률자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KCL은 규모면에서 국내 굴지의 종합로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몸집 부풀리기'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는 로펌들이 자문 보다는 송무 분야를 늘려 규모만 확장하는 데 비판적이다. 그는 기업법 등 '자문' 분야에서 KCL이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최 변호사는 "최근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로펌 가운데 규모에 걸맞은 종합적인 자문을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다"며 "덩치만 키우는 합병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포이즌 필 도입 '시기상조'최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상법은 체계가 잘 짜여 있다고 평가한다. 점수를 매기자면 90점 이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포이즌 필'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기업 운영에는 전혀 관심 없는 자본가가 회사를 인수한 뒤 수익성 높은 사업이나 자산을 매각해 단기적인 이익을 얻고 떠나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포이즌 필 제도가 남용되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장치가 실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합작회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는 현지의 사업환경과 법제도에 대한 면밀한 지식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최 변호사는 "과거 개발도상국의 경우 외국인이 투자한 현지 합작법인의 이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도록 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현지 변호사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예상치 못한 손해를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