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잠긴' 노사갈등…열쇠는 신뢰

'꽉 잠긴' 노사갈등…열쇠는 신뢰

김만배, 배혜림 기자
2010.06.01 10:29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광장 주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주완 변호사 ⓒ임성균 기자
↑법무법인 광장 주완 변호사 ⓒ임성균 기자

"노사 관계를 보면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 마인드가 노사 관계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죠. 회사가 권위적이면 근로자의 저항은 그만큼 세집니다. 반대로 신뢰 분위기를 조성하면 사기가 오른 근로자들 자체가 기업의 성장동력이 됩니다."

법무법인 광장의 주완 노동 전문 변호사(51·사진)는 노사 간 신뢰가 기업 인사(人事)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인사 정책에 학연, 지연, 혈연 또는 검은 커넥션이 개입되면 근로자의 불신이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재무의 투명성이 크게 향상된 데 비해 인사의 투명성 수준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 노무 분야에 우수 인력을 배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주 변호사의 일관된 견해다.

◇노사갈등 심할수록 근본 원인 해결부터=주 변호사는 2004년 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유업체 A사의 파업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파업 장기화로 노사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당시 A사의 인사팀 진용을 새로 갖추도록 했다.

그는 "A사는 인사 노무 프로젝트 컨설팅을 통해 투명성 등 기초역량을 키워 노사 갈등 없는 초우량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며 "노사 갈등의 골이 깊은 회사일수록 급하게 해결하려고 서둘기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 변호사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기업문화 개선이라는 근원 처방을 내놓으며 돌아가는 길을 권한다. 그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부 등 노사정을 모두 자문한 국내 유일의 변호사다.

주 변호사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생을 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갈등을 부추기는 전문가는 지옥에 간다"고 가르칠 정도다. 직업적인 이기심으로 사측이나 노측의 소송을 부추겨 기업 내 갈등을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일부 노동 전문가들에게 가하는 일침이기도 하다.

◇파업 겪고 있다면 회사 미래 내다보는 '성숙한 자세' 필요=노사 갈등의 정점은 파업이다. 노동법은 노사 간 교섭 과정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노측이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노사는 평소에는 동지지만 쟁의가 발생하면 적으로 변하는 관계인 셈이다.

그러나 노사 간의 싸움은 전쟁과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주 변호사는 강조한다. 전쟁은 온 힘을 다해 상대방을 때려눕히면 승리하지만, 파업을 전쟁처럼 하면 근로자는 애사심을 잃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회사 가치의 하락도 감수해야 한다.

ⓒ사진=임성균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파업으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회사가 쟁의 행위에 참여한 노조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을 관철하면 근로자는 애사심을 잃게 됩니다. 조합원 역시 노측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회사의 재정 상태나 원가 경쟁력, 거래처 손실 등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습니다."

파업이 끝나고 노사가 어깨동무할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변호사는 파업을 평화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각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감안해 서로를 설득하는 화해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파업의 승패는 결국 직원의 마음을 사측이 가져가느냐, 아니면 노조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라며 "회사는 경영설명회를 통해 재정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노조는 회사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노동법 가르쳐야=주 변호사는 선진적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노동법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노동의 대가를 떳떳하게 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햄버거나 피자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노동법 규정대로 보수를 받을까요. 이들이 나중에 노동법을 제대로 알고 나서 느끼는 분노가 결국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주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 시내 몇몇 고등학교에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을 상대로 노동법을 가르치겠다고 나섰지만 학교로부터 거절당했다. 이른바 '빨갱이'로 오인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근로자의 권리를 배우지 않으면 건전한 노사 관계 정립도 요원한 일"이라며 "특히 실업계 고교부터 노동법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진=임성균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버스·택시기사 형사사건 무료 변론=주 변호사는 '노동법 이원론자'이기도 하다. 고소득 근로자에게는 경제논리를 적용하고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생활의 기본권과 생계를 보장해 줄 수 있도록 노동법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법원은 월급에 포함돼 지급된 퇴직금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과연 고액 연봉을 받는 근로자에게까지 이 판결을 적용해 따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고소득 근로자의 파업 요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노조연맹과 전국택시노조연맹 고문 변호사는 그의 또 다른 직함이다. "첫 차를 운전하는 버스기사는 출근을 어떻게 할까요.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회사에서 잡니다. 하지만 회사는 숙직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죠. 공휴일 휴무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합니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전세금을 빼서 형사합의금을 내야 합니다. 구속되면 가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는 버스와 택시기사의 소송은 50만~100만원의 저렴한 수임료를 받는다. 구속 사건은 무료로 지원한다. 광장의 노동팀 변호사들과 함께 형사합의금 모금에 나선 적도 여러 차례다.

주 변호사는 "저임금 근로자의 체불임금 문제는 국가가 엄한 공권력의 잣대로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소외계층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노동단체가 저소득 근로자보다 조합비가 잘 걷히는 큰 사업장 위주로 지원하는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동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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