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지평지성 양영태 변호사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실적은 눈부시게 확대되고 있다. 초기 임가공과 부동산 개발 단계를 거쳐 이제는 금융 자본시장과 유통 등 서비스 분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과거 저비용·고효율이 화두였다면 이제는 현지인에게 직접 상품을 파는 현지시장 공략 방법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더 큰 소비시장을 향해 해외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양영태(47·사진) 해외업무 전문 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해외 소비시장 진출이 성공하려면 '해외지역 정보'와 '투자 전문성'이 반드시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지의 역사를 꿰고 있어야 함은 물론 정치·경제·사회 네트워크를 갖추고 기업인수합병(M&A)과 금융 등의 전문 지식이 뒷받침돼야 반쪽짜리 투자에 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 로펌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 차이로 마찰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머징마켓은 법제가 불완전하거나 규제가 복잡한데다 현지 로펌이 미성숙해 우리 기업이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외 진출을 돕는 한국 로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양 변호사는 "현지 환경에 가장 적합한 투자조건을 제시하고 우리 기업이 해외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해외업무 전문 변호사의 몫"이라며 "세계시장 진출에 나선 고객과 파트너로서 한 팀을 이뤄야 시장진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선두로펌 이끌어=양 변호사가 해외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2년 중국 상해사무소 개설을 준비하면서부터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 추세에 맞춰 한국 로펌들도 현지 진출에 나설 때였다. 하지만 현지 로펌과 단순 제휴로 겉모습만 해외 진출이었을 뿐, 직영 사무소를 개설해 맞춤정보를 제공하는 로펌은 드물었다.

양 변호사는 2006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꿈을 안고 베트남으로 직접 건너가 6개월간의 시장조사 끝에 호치민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그 무렵 상해사무소 설립인가도 받았는데, 현재는 라오스와 캄보디아까지 5개 지역으로 발을 넓혔다. 특히 하노이와 호치민에 설립한 사무소는 포스코의 아시아 스테인레스 인수와 롯데제과의 베트남 상장기업 비비카(BIBICA) 인수를 자문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0여 건의 대형 업무를 성사시키는 등 베트남 업무의 선두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평지성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창설한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에는 양 변호사가 지난 수년간 축적한 해외업무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양 변호사를 비롯해 60여명의 전문 변호사로 구성된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는 해외투자에 대한 법률자문과 조세자문 및 컨설팅, 분쟁해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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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최근 라오스의 시장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세미나를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다. 양 변호사는 "각 국가별 전문팀을 총동원해 지역 전문성과 맨파워를 결합한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북미와 유럽, 중남미 등지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라오스 주식시장 뚫는다=양 변호사는 현재 한국증권거래소의 캄보디아와 라오스 증권거래소 설립을 자문하고 있다. 거래소가 없는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한국의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수출하는 개념이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정부는 토지와 건물을, 한국거래소는 정보기술(IT)시스템을 출자하는 동업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몇 안 남은 공산국가에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을 이식시키는 작업이라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와 라오스에는 증권거래법도 없고 증권회사도, 상장기업도 없다. 거래소가 만들어지면 이들 분야가 모두 새로운 시장이 된다. 양 변호사는 이미 라오스 최대 로펌인 LLC와 독점적 제휴를 맺고 공기업들의 상장 자문을 준비 중이다. 그는 "라오스 공기업 자문은 한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을 위한 자문으로, 한국 로펌의 해외업무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 변호사는 우리 자본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의 투자 자문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의 1호 국내 상장으로 기록된 뉴프라이드코퍼레이션의 코스닥 신규상장도 양 변호사의 손을 거쳤다. 뉴프라이드는 복합물류산업에서 사용되는 수송용 타이어의 제조공급 분야에서 미국 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양 변호사는 "뉴프라이드 상장을 위해 복잡하고 엄격한 미국 증권법상 규제와 양국 법제 간의 차이를 조정하고 한국거래소 및 한국예탁결제원과 함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번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로펌 향해 '세계로'=양 변호사는 1995년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 2000년 후배 변호사 10명과 함께 법무법인 지평을 설립했다. 그는 해외업무를 전략적 분야로 선택해 8년 만에 지평을 변호사 60여명의 중견로펌으로 성장시킨 데 이어 법무법인 지성과의 합병을 통해 130여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대형로펌으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향후 5년 안에 지평지성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문 로펌으로 만들겠습니다."
양 변호사의 눈은 여전히 세계로 향해 있다. 신규지역 해외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해외지사와 현지법인을 추가로 개설해 지평지성을 '글로벌 로펌'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최대 목표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인들은 자국어로 자문을 받고 싶어 하는데 일본 변호사들이 해외 근무를 기피한다는 데 착안한 전략이다. 양 변호사는 "일본어에 능통한 변호사를 현지에 파견하면 일본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남아 투자 관련 법률시장은 지평지성이 장악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