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욕망의 괴물' 없애려면

[기자수첩]'욕망의 괴물' 없애려면

배혜림 기자
2010.07.05 09:35

"제 속에는…, 욕망의 괴물이 있어서 그런 생각밖에…"

초등학생을 대낮에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이 "무슨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나"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8세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인한 김길태. 아무런 방어수단을 갖지 못한 소녀들을 골라 성폭행하는 범죄자를 볼 때마다 그들의 속에는 정말로 괴물이 있나보다 싶다.

국회는 아동 성폭행을 단호하게 처리하기 위한 조처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상습적 아동 대상 성범죄자들은 장기간의 수감생활과 전자발찌 부착, 신상정보 공개에 약물치료까지 3~4가지의 처분을 받게 됐다.

아동 성폭력범은 어린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소아성애증 등 정신병 환자가 대부분이다. 감옥에 가둬두거나 발찌를 채워 감시하는 것보다 치료가 더욱 중요하다. 다만 약물치료는 그 효과가 일시적이기 때문에 상담치료와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처벌과 치료만으로는 성폭력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 성폭력 피해 아동은 트라우마가 생겨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고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피해 아동과 가족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맞벌이 가정 증가에 따라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어린이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서울 장안동 초등생 성폭행 사건도 '놀토'에 골목에서 혼자 놀던 어린이가 타깃이 됐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은 저소득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놀이시설을 확충해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또 부모와 선생님에게 전문적인 성교육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생물학적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의 성교육은 부족하다. 나와 타인의 신체가 모두 소중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소중한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와 선생님이 성에 대해 부끄러워하면 아이들은 수치심을 배우고 왜곡된 성의식을 키우게 된다. 왜곡된 성의식은 욕망의 괴물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강력한 성범죄자 처벌 수단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기보다는 성범죄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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