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물가폭탄 터지나, 한국경제 인플레 적신호

내년에 물가폭탄 터지나, 한국경제 인플레 적신호

박영암 기자, 김경환
2010.08.03 07:26

[인플레이션 기획시리즈 1편]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공공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는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경제정책 현안에 대해 확신에 찬 어조로 설명하던 평소와 달리 이날은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윤 국장은 9월중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공언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에 '인플레이션'(물가가 구조적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적색 경고등이 커졌다. 2일 발표된 '7월 소비자 물가'는 전월대비 0.3% 올라 2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과일 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6.1% 급등해 2004년 8월 이후 약 6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무 가격이 107.1% 폭등했고 마늘(70%), 배추(61.5%), 포도(29.3%) 등도 급등했다. 휘발유, 경유도 각각 5.3%, 6.7%씩 올라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1일부터 전기(3.5%) 시외버스(4.3%), 고속버스(5.3%) 등 공공요금 인상이 단행됐기에 장바구니 물가 폭등은 불안 심리를 부채질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불안 압력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소비자물가가 상반기 3.5%, 하반기 3.3% 등 연간 3.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평균 2.8%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로, 올해 2%대에 그쳤던 물가가 내년에는 3%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고 밀과 원당 등 주요 상품 가격이 기상이변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3%선 방어도 장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내년 물가가 관리 목표인 3%를 넘어 인플레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실질 경제성장률 하락과 저축률 감소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중산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봉급생활자들이 구매력 하락과 대출이자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기업도 인플레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구매력 하락을 어느 수준에서 보전할 지를 놓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자칫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금융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한국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당기간 동결됐던 임금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어 임금까지 들썩일 경우 기업경영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서민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부 여당에게도 인플레는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유통구조 개선 시장경쟁 촉진, 가격정보 공개 확대 등으로 원가상승 요인을 최소화하는 물가안정 대책을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환율 통화 등 거시경제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장바구니 물가는 서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책 결정에 '친서민' 색채가 더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환율의 경우 현행 고환율(원화 약세) 정책의 급선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환율이 대기업 수출 경쟁력에는 도움을 줬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중소기업과 가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여권 핵심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격적으로 0.25%포인트 인상된 금리도 친서민 정책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천문학적으로 풀린 통화량을 흡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서민가계의 이자부담을 불러오기 때문에 인상추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 경우 금리인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선제적 예방이라는 정책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인위적인 거시경제정책 조정이 경제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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