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한적없어도 정황상 우울증 자살이면 공무상재해"

"치료 한적없어도 정황상 우울증 자살이면 공무상재해"

김성현 기자
2010.08.24 12:00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신과 치료 전력이 없더라도 정황상 사망 직전 우울증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경북 안동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모씨의 아내 권모(42·여)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 보상금을 지급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세정·재산세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씨는 2007년 5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종합감사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합동작업장인 지하실에 다녀오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하지만 유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동료 직원은 40여분 뒤 유씨가 지하실에서 목을 맨 채 쓰러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유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후 권씨는 같은 해 10월 "유씨가 숨진 것은 공무수행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공무원연금공단에 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유씨가 지방세 표준전산화자료 입력업무와 행자부 감사자료 검토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이는 사회평균인으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서 스스로 죽음을 택해야할 만한 사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우울증 등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전력도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유씨가 정신과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지는 않았지만 사망 직전 우울증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이 존재하는 이상 유씨의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씨는 우울증 때문에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추정되는 만큼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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