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검에 수사지시...남기춘 거부하자 관계 악화
법무부가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서울서부지검에 압력을 행사하다 수사팀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법무부는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을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전보 인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김준규 검찰총장의 반대로 남 검사장에 대한 인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17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대검찰청 참모들은 수사 책임을 물어 검사장을 인사조치하는 것은 사표를 내라는 것인데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남 검사장을 전보시키는 법무부 인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김 총장에게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준규 총장은 남 전 검사장 보호에 나섰고 이로 인해 대검과 법무부사이에 불편한 전선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남 전 검사장은 한화그룹 전·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몇 시간 전 사표를 던지고 검찰을 떠났다.
한화그룹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문책성 인사안이 거론되자 자존심을 구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남 전 검사장이 법무부의 인사안에 대해 소식통을 통해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서부지검에서 진행 중이던 한화와 태광 수사 마무리를 위해 내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남 전 검사장 문제로 이귀남 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 사이에 충돌은 없었고 단지 고검장급 인사안에 대해 이견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법무부는 한화 임원들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하지 말고 불구속 기소할 것을 서부지검에 종용했다는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부인했다. 통상적인 업무 차원에서 수사팀과 전화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수사 외압'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외압을 받은 수사팀이 사실을 시인할 수 있겠느냐"며 "법무부의 통상적인 수사 상황 파악을 수사팀이 외압으로 여겼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법무부 간부가 어떤 이유로 '장관의 지시'라며 수사팀에 압력을 넣었는지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 같은 언론의 의혹제기가 사실이라면 법무장관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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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 제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에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더라도 검찰총장을 통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법의 당초 취지는 검찰 수사 독립을 위해 마련한 조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