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귀밝이술 눈밝이책

[CEO칼럼]귀밝이술 눈밝이책

김진수 예수24 대표
2011.02.25 12:00

얼마 전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은 자사 판매 데이터를 인용해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량을 15%나 앞질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책장이 두꺼운 양장본과 전자책 판매량을 비교하면 전자책이 3배나 많이 팔렸다. 양장본보다 값이 싼 페이퍼백마저 전자책에 자리를 내주면서 미국은 완연한 전자책의 시대에 들어섰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단말기인 E-리더 시장이 2010년 660만대에서 올해 11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의 킨들이나 대형 서점 체인 반즈앤노블스의 누크컬러 등은 140~200달러에 달하는 값에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 미국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올 들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확대 덕이다. 업체마다 전자책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을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의 보급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출판업계는 종이책의 가격하락과 복제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자책 발행을 주저했다. 올해는 출판업계도 적극적으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도서 수요와 공급, 즉 지식거래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먼저 수요자 입장에서는 같은 내용의 책을 종이책으로 구입할 때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구매 후 책을 읽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고 구매 즉시 읽을 수 있다. 책을 구입하는 비용은 줄되 정보흐름은 그만큼 더 빨라질 것이다.

공급자측면에서 보면 출판이 쉽고 간편해진다. 종이책을 한권 출판하려면 최소 200~300페이지에 달하는 콘텐츠 외에도 종이값과 디자인, 인쇄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 같은 비용 때문에 일반인이 판매를 목적으로 책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자책은 양질의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나 책을 출판할 수 있다. 10페이지 내외 보고서 형태의 책 출판도 가능하다. 디자인도 개성에 따라 본인이 직접 제작하고 아예 무료로 유통시킬 수 있다. 전자책은 지식의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불어 현재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인 독서율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한 때 OECD국가 중 독서율이 꼴찌 수준이었으나 전자책이 보급되면서 '독서율 꼴찌 국가'라는 오명을 벗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35%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비독서 인구였다. 더욱이 비독서 인구 비중은 2009년 13%에서 세배가량 급격히 늘었다. 국가의 경쟁력이 구성원인 국민의 지식수준과 비례함을 감안할 때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명저 '제3의 물결'과 '권력이동'에서 지식이야말로 미래 세계, 즉 정보화시대 최고 권력임을 설파했다. 우리는 지금 '정보와 지식이 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책을 멀리하고 독서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17일이 정월 대보름이었다. 정월 대보름날 세시풍속 중에 '귀밝이술'이 있다. 한 해 동안 귀가 밝아지라고 보름날 아침식사 전에 마시는 술이다. 술을 마시면서 '귀 밝아라, 귀 밝아라'라는 덕담을 건넨다. 단순히 귀가 밝아져 잘 들으라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으라는, 제화초복(除禍招福)의 함의가 담겨 있다.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복을 받으라는 귀밝이술을 권했듯이 보름을 즈음해 눈을 밝히는 '눈밝이책'을 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형식은 상관없다. 지식을 쌓고 시야를 넓히는 속이 꽉 찬 책이라면 눈과 마음을 동시에 밝히는 진정한 명심보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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