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압박과 스트레스, 우울증이 원인..자살방지 주변사람 도움이 절대적
'수재'들만 모여 있다는 카이스트에서 자살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학생 4명이 자살을 택한데 이어 11일엔 교수까지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연쇄자살'로 번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들이 자살을 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학업부담으로 인한 우울증이 꼽힌다. 경쟁에서 낙오되며 좌절감을 느끼지만 탈출구가 없어 우울증을 앓다 자살에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승호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11일 "지속적으로 받아온 스트레스 해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컸던 것 같다"며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우울증이 되고 그 상태에서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 정신질환을 앓지 않았던 사람도 사업이나 입시 실패 등 심리적인 충격에 대처하기 어려울 때 자살을 생각하며, 충동적으로 이를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대부분 사회·경제적 위치의 상실이나 갑작스러운 지위변동으로 인한 공황적인 심리상태,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등이 원인이 된다.
조맹제 서울의대 정신과 교수와 전홍진 성균관의대 교수가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남녀 6510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실태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 세계기분장애학회지에 게재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3명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2%가 평생 동안 한번이라도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으며, 자살을 하기 위해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3%에 이르렀다.
자살 기도를 한 사람 중에서는 94%가 이전에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으며, "자살시도에 대한 촉매요인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자살 직전 어떠한 원인이 폭발해 자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서적인 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같은 성향이 위기상황에서도 이성적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판단하게 만든다"며 "이 때문에 특정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결정이나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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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자살로 번지고 있는 점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유 교수는 "자살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줘 한 집단에서 연쇄적으로 나타나기 쉽다"며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택했다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도 없다고 할 순 없는 만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전조증상'을 미리 알아채려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자살만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알려주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각해지면 무기력증이 심해지거나 기분이 우울하다 좋아지는 증상을 반복하고 식사가 불규칙해진다. 주변에 죽겠다거나 자살하겠다는 이야기를 무의식중에 흘리기도 한다.
이 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주변에서 자살만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막상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어도 그 순간만 넘기면 금방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자살 핫라인'이라고 불리는 생명의 전화(1588-9191)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