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어버이날의 의미

[법과시장]어버이날의 의미

김진한 변호사
2011.05.16 08:00

100여 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 마을에 '안나 자이비스'라는 소녀가 어머니와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안나는 어머니를 여의자 산소 주위에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카네이션 꽃을 심었다. 그리고 항상 어머니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기일에 참석한 사람에게 흰 카네이션을 나눠 줬다.

안나는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과 헌신에 세상 사람들이 너무 무관심하다고 느꼈다. 그는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였고, 1904년 시애틀에서 어머니날 행사가 최초로 개최됐다. 이날 어머니가 살아계신 사람은 붉은 카네이션을 어머니 가슴에 달아드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람은 자기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았다.

이후 미국에서는 1913년 이래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 이런 어머니날의 의미와 행사가 세계로 전파돼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에 처음으로 매년 5월8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 어버이날로 명칭이 바뀐 것은 1972년이었다.

이처럼 부모님에 대한 은혜에 감사하면서 보내야 하는 지난 어버이날 투병 중이던 노부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픈 몸으로 자녀들에게 짐이 되기는 싫다'는 이유로 아들 내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참변이 일어난 것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60~70대 노인들을 인터뷰한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자녀가 어렸을 때에만 카네이션을 받았고 이제 어버이날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불과 50~60년 전까지만 해도 가난에 전쟁의 참화까지 더해 그야말로 궁핍했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 반세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지면 사고방식도 달라진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출생 시기에 따라 가치와 인식이 달라졌다. 급격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동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들 간의 단절이 발생했고, 이는 점점 심화됐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세대간의 '차이'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세대 '단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로지 생존하는 것이 문제였고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던 부모세대와, 가난을 경험하지 못하고 누리는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성장한 자녀세대가 서로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격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권위의 근거였던 나이도 의미를 잃어버렸다. 과거 사회에서 세월에 의해 누적된 경험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경험은 지식이었고,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부모 세대로부터 배우면서 부모 세대의 가치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동시대를 사는 전 세계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을 몇 초 만에 습득할 수 있다. 굳이 부모세대의 경험을 배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모를 답답하게 느끼거나 성가신 존재로 느끼기도 한다. 부모는 점점 현실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을 필요 없는 존재나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점차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세대 간 단절은 감당하기 힘든 갈등 요인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956년 어머니날을 정해 어버이날이 제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세대 간 단절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바로 지금이 100년 전 미국에서 어머니날을 제정할 당시처럼 '어머니의 희생적인 사랑과 헌신'에 감사하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