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상습절도 사건' 그림자 배심원단 체험기

[현장]'상습절도 사건' 그림자 배심원단 체험기

김상희 기자
2011.06.22 21:22

3 VS 2 의견 '무죄' 평결…정식 배심원단과 평결 엇갈려

22일 오전 11시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법정 안으로 갈색 수의를 입은 한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법정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곧이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406호 법정에서는 형사12부(부장판사 김용관)의 심리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백모씨(40)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머니투데이 기자 등 출입기자들이 '그림자 배심원(shadow jury)'으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림자 배심원단은 정식 배심원단과는 달리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유·무죄나 양형에 관한 모의 평결을 진행한다.

재판에서는 '상습' 여부를 둘러싸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법원은 재판을 시작하기 전 1시간여 동안 그림자 배심원단에게 프레젠테이션 파일 등으로 재판 절차와 사건개요, 백씨의 혐의 내용 등을 설명했다.

피고인은 지난해 10월 중순 새벽 술에 취해 길에서 자고 있던 행인의 지갑을 다른 공범과 함께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피고인은 절도 전과 9범으로 이 가운데 6차례는 상습절도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특히 피고인은 상습절도 누범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 누범 처벌은 2회 이상 같은 범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후 3년 내 재범을 할 때 적용된다.

검찰 측은 "피고인은 동종 범죄를 9차례나 저지르고 최근에는 같은 혐의로 실형을 살고 출소 후 불과 1개월여 만에 또 다시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가 처한 상황이 안타깝고 피해액에 비해 형이 무거워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무죄 여부와 양형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이어 "현재 범행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 후 감형 요인을 고려해 형을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번 재판의 핵심은 상습 여부"라며 "술 취한 사람을 보면 항상 돈을 훔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었고 범행 이후 검거될 때까지 5개월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점을 보면 상습이라 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백씨는 재판 말미에 "출소 후 겪은 경제난 속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검사 측과 변호인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된 재판은 오후 6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양측의 최후 변론이 끝난 후 1시간가량 배심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평의와 평결이 이어졌다. 재판에 참석한 그림자 배심원단도 각자 의견을 나누며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해 모의 평결을 진행했다.

한참 논의를 진행한 끝에 그림자 배심원단은 3대2 의견으로 무죄로 결론 냈다.

무죄를 주장한 그림자 배심원은 "검사의 변론이 상습성 여부를 증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며 "피의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우발적 범죄라고 판단된다"고 무죄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죄를 주장한 한 그림자 배심원은 "분명 가혹한 부분이 있지만 9차례나 동종 범죄를 유사한 수법으로 수차례 저지른 것은 분명 상습적인 면이 있다"며 "따라서 법적으로 유죄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그림자 배심원단과 실제 배심원단의 판단은 엇갈렸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한 것. 배심원단은 "백씨가 동종 범죄가 9차례나 되고 최종 형 집행 후 1개월 만에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만큼 상습성이 인정된다"는 유죄 취지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법원 관계자는 "정식 배심원단은 검찰 조사에서 백씨의 상습성이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