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밖에 동자 와서 오늘이 새해라거늘, 시비를 열고 보니 예 돋은 해 또 돋아온다.” 한 무명작가 시조의 첫 구절이다. 그러나 금년 새해는 예 돋은 해와 좀 다르고 또한 달라야 한다. 유달리 다사다난할 것 같다.
우선 금년에는 북한, 중국, 러시아에 권력자들이 교체된다. 후진국일수록 누가 권력을 잡는가가 중요하다. 스위스 대통령이 누군지, 덴마크의 수상이 건강한지는 그 나라 국민들도 잘 모르지만 우리를 둘러 싼 후진국들의 권력이동은 그들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정치, 사회에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거기다가 금년에는 미국에도 대통령 선거가 있고 유럽의 재정위기도 우리의 걱정꺼리다.
물론 다른 나라에 누가 권력을 잡고 경제상황이 어떻게 되는 가에는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웃나라들의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바로 적응하여 닥쳐올 수도 있는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저력이 있다. 1907년 나라 빚을 갚기 위하여 소시민들이 금연을 하고 부녀자들이 폐물을 팔아 국제보상운동을 일으킨 것이나 IMF 위기 때 금모으기를 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모방하기 어렵다. 최근 경제위기를 맞은 그리스 국민들의 행태를 보면 우리민족의 위기대응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알 수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도 상대적으로 잘 극복했다 할 수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걱정인데 기부문화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기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세군, 공동모금회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모금단체에 모금이 늘어나고 있고 가난한 외국을 돕는데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주로 기업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현대가, 정몽구 회장, 안철수 교수 등이 거금을 기부해서 오블리제 노블레스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네 번째로 높은 갈등지수와 소득격차를 줄이는데 상당할 정도로 공헌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고쳐야 할 것이 많고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후진된 정치문화다. 비록 북한이나 중국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민주주의는 아직 미숙하고 정치수준도 낮으므로 누구 혹은 어느 정당이 권력을 잡는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마침 금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특히 이번만큼은 정말 바로 뽑아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인들이 국민을 실망케 한 때는 많지 않았다.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치가 모든 분야 가운데서 가장 뒤떨어져 있는 것이 우리의 비극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스스로 고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들에겐 보통 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권한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보다 그것들을 부정하게 사용할 유혹을 훨씬 많이 받는다. 그러므로 제재와 감시를 통하여 시민들이 부정을 막아야 하며 금년에는 선거를 통해서 그것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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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가 지명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유로운 투표로 선출했다면 어떤 사람이 뽑히고 뽑힌 사람이 어떻게 정치하는가는 전적으로 뽑은 사람들의 책임이다. 앞으로 어떤 지역구 의원의 자격상실로 보궐선거가 이뤄진다면 그 비용은 전적으로 그 지역 유권자들이 감당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 지역 유권자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온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금년 선거에는 학연, 지연, 종(교)연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이념 중심의 편 가름도 좀 지나치다. 정치적 신념이 종교적인 확신으로 변질되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못 고치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것들을 좀 고쳤으면 한다. 금년은 위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