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법조계는 시계를 2년여 전으로 되돌려 놓은 모습이다. 2010년 7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57)를 사찰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모습이 재현됐다.
1차 수사당시 청와대 인사들의 증거인멸 시도가 드러나고 지원관실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자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 조사심의관실(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에서도 광범위한 사찰이 있었다"며 반격에 나섰다.
청와대의 말마따나 역대 정권을 통틀어 모든 정부에서 소위 사찰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었다. 지원관실처럼 별도의 조직이 담당하기도 하고 각 부처 내부에서 감찰업무를 수행하는 직원 혹은 조직이 존재한다.
공직자들의 비리 감시와 사회 범죄 첩보 수집을 위한 활동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국민은 국가에 선거로 권력을 이양한 것이고 국가기관은 치안유지를 위한 활동을 할 의무가 있다. 또 넘겨받은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지 스스로 감시도 해야 한다.
지원관실의 설치근거인 국무총리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이 부서는 이양 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감시하는 기구다. 비리공직자에 대한 징계·처벌권은 없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하지만 김 전대표의 사례를 비롯해 곳곳에서 감찰 정보를 이용해 사퇴압박 등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실로 판명 날 경우 감찰업무를 담당했던 지원관실이 공직자는 물론 민간인의 직위마저 좌우했다는 의미다.
최근 다시 불붙은 민간사찰 논란에서 지원관실 인사들의 월권행위에 대한 사과는 보이지 않는다. 또 청와대 인사들이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나온 대답이 사과가 아니라 "참여정부도 광범위한 사찰을 했다"다.
하다못해 일반기업도 직원의 비리에 고개를 숙이고 심한 경우 형사처벌도 받는 마당에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은 "너(전 정권)도 했던 것인데 내(현 정권)가 한 일을 문제 삼을 수 있냐"는 태도 아닌가.
전문가들은 "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처벌할 조항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요나 도청 등 다른 불법행위가 없는 이상 형사처벌은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이전에 '역대 정권 중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던 정부가 내놔야 할 것은 진심어린 사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