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며칠간 세상은 일명 '악마 에쿠스'로 떠들썩했다. 지난 21일 중고차 거래사이트 '보배드림'에 "서울 한남대교 방면 경부고속도로에서 목격했다"는 설명과 함께 트렁크 뒤에 내장이 흘러내린 개를 끈으로 묶고 다니는 한 장의 사진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각종 동물권익단체는 '악마 에쿠스' 차주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나흘 뒤 결과가 발표됐다. 차주 오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근거는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경기도 신갈의 한 식당에서 지인에게 '비글'종 개를 선물 받은 후 트렁크에 싣고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하던 중 사망을 확인했다.
오씨는 비글이 대변을 밟아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바람에 승용차 뒷자리에 태우지 못하고 차량 트렁크에 돗자리를 깐 후 태웠다. 개가 차에서 떨어질 것을 우려해 걸친 목줄이 문제였다. 차량이 잠시 정차한 사이 비글은 트렁크 밖으로 나왔고, 오씨와 대리기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출발해 '비극'을 빚었다.
오씨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자신의 공장으로 이동해 공장 옆 공터에 비글의 사체를 묻어주기도 했다. 경찰은 비글을 묻었다는 자리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꽂혀있는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세상이 오씨에게 던진 돌은 어찌보면 가혹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경찰의 수사결과도 불신한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유명 연예인들도 가세해 앞 뒤 전후를 따지지도 않은 채 오씨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용인 공장 주변에서 차우차우와 진돗개 등 개 2마리, 고양이 1마리, 토끼 5마리, 닭 5마리 등을 키우는 오씨는 순식간에 동물 학대범의 원흉으로 지목돼 빗발치는 여론재판을 견뎌야 했다.
공장 주변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오씨는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됐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뒤에도 어느 누구도 그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일부 동물권익단체는 경찰 조사 결과를 놓고도 "그 사람 개가 맞는지, 땅에 묻힌 개가 정말 사고 당한 비글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눈치다. 이쯤 되면 막가파식 의혹을 쏟아내던 '타진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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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씨가 실수라지만 비글의 생명을 떠나가게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녀사냥'식 인민재판을 하는 일부 동물보호단체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누리꾼들의 태도도 잘못이 있다.
사실 관계가 드러나도 여전히 한 사람을 놓고 돌멩이를 던져 댄다. 이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씨를 막다른 담벼락으로 몰아붙이는 이들은 '고의'로 사회적 살인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