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폭이 조폭될까 두렵다

[기자수첩]주폭이 조폭될까 두렵다

최우영 기자
2012.06.05 07:00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월10일 취임과 동시에 '주폭(酒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 각지에서 주취상태로 주민들에게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렸던 이름난 '동네 술 폭력배'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김 서울청장 취임 이후 1달 남짓한 기간 49명이 구속됐다. 김 청장은 2010년 충북지방경찰청장 시절 대대적 주폭단속으로 지역 범죄율을 50% 가까이 낮췄던 경험에 기반해 각 일선경찰서에 주폭전담팀을 만들며 '주폭척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흔히 경찰관들은 사건의 3대 요소로 술과 돈, 치정을 꼽는다. 이 가운데 술은 '만사의 근원'이다. 실제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4개월간(2009년~2012년4월)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전체 살인 가운데 술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38.3%(378건/987건)을 차지했다. 강간·추행 30.3%(4790건/15795건), 폭력 33.3%(12만6076건/37만9080건)로 집계됐다. 특히 파출소 등에서 행패를 부리는 공무집행방해는 70.6%(6796건/9885건)에 달했다.

통계상으로는 '주취 범죄'를 강하게 단속하면 범죄율 감소에 효과를 볼 여지는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고위층의 의지'로 시작된 주폭 단속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서울경찰청장의 강력한 뜻이 포함된 주폭 척결이 청장이 교체된 이후에도 시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만큼 시스템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지 여부다.

후임 서울청장이 김 청장의 주폭척결 의지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2008년 신설된 경찰 실종팀처럼 주폭팀도 형사과 안에서 임의로 인원을 차출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로 볼 수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경우 기존 형사과 인원 2명과 수사과 1명, 파출소 인원 1명을 모아 주폭 전담팀을 만들었다. 다른 경찰서도 기존 부서에서 인원을 차출해 팀을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윗돌 빼 아랫돌 괴는 격. 주폭팀을 만든다고 경찰관 신규인력을 지금보다 더 많이 채용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주취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보복이다. 지금이야 법의 심판을 받아 뉘우친다고 하지만 '심판' 이후 동네에서 다시 활개칠 때 경찰이 보복의 두려움을 김 청장 없는 시기에도 '보장해준다는 보장'이 없다.

주폭전담팀은 현 김용판 서울청장 임기 동안에만 주폭단속을 '반짝'하지 말고 지속적인 단속과 범죄예방기능을 하는 고정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요즘 줄줄이 구속되는 주폭들이 다시 동네로 돌아와 신고자나 동네 주민에게 패악질을 부리며 주폭을 넘어 조폭이 되는 '후폭풍'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