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수하는 '서러운' 민생법안들

[기자수첩]재수하는 '서러운' 민생법안들

김훈남 기자
2012.08.09 08:2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등

최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법률 개정안 가운데 지난 18대 국회에서 제출됐다 폐기된 일명 '재수법안'의 이름이다.

법무부는 8일 현재 제19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총 26개의 법 개정안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들 가운데 10건이 재수법안이다.

새로 입법 예고된 법안 중 법무부와 산하기관들의 직제개편을 위한 법안 4개를 제외하면 법무부가 내놓은 법안 중 절반가량이 재수법안인 셈.

재수법안들 가운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성인 장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토록한 성폭력처벌법 △아파트 시공사에 하자보수책임을 중히 묻도록 한 집합건물법 △개인회생 신청사건 절차 등을 규정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등 일반 생활에 밀접한 법률이 포함돼 있다.

또 지난해 김제 마늘밭 사건으로 개정 논의가 나온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 국제 협약 이행을 위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법, 형법 일부 개정안 등 국민과 국제적 요구로 마련된 법률마저 '재수길'에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법무부만 겪는 게 아니다. 정부의 각 부처들은 매번 총선이 끝나고 국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재수법안을 새로 제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한다. 법안 폐기율이 53.1%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8대 국회의 오점이 지금까지도 나타나는 것이다.

재수법안을 처리 중인 한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선 지난 국회에서도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며 "이번 국회에 최우선으로 처리하기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시급한 법률 위주로 재수길에 올린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들 재수법안 앞에 놓인 길마저 순탄치 않다. 지난 3일 첫 임시회를 마친 19대 국회는 저축은행 비리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내곡동 사저 의혹을 두고 정쟁을 벌이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민주통합당의 요구로 곧바로 임시회가 소집됐다곤 하나 재수법안 처리를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쟁에 밀려 이들 재수법안마저 외면하는 국회를 민생국회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민생을 위해 의원이 돼야 한다던 모습들은 어디로 가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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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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