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학계 견해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대한민국 헌법 제119조1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대한민국 헌법 제119조2항)
우리나라 경제 체제와 정부의 시장개입의 근거를 규정한 헌법 제119조가 대선정국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119조2항을 근거로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는 대기업 규제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재계는 1항의 보완규정격인 2항을 정치권이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2항 자체도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반자유적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헌법 제119조항은 우리 경제체제를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 원칙조항(1항)과 공공이익을 위해 정부의 개입근거를 마련한 보완조항(2항)으로 이뤄졌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4일 법조계와 학계에 따르면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헌법 제119조 1,2항은 우리 경제체제를 정의한 것으로써 어느 한쪽을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987년 개헌으로 마련된 헌법 제119조는 한국경제를 기존 국가주도 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재정의한 조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수립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정부주도로 시장을 운영해왔으나 경제성장으로 계획경제 체제가 불필요해지자 이를 새로 정의했다는 것. 또 시장원리에만 경제체제를 맡길 경우 우려되는 '시장실패'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119조 2항을 둬 정부의 개입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두고 일부 법학자들은 시장원리에 따라 형성되는 경제 자원 분배에 국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려 하는 것이라며 119조를 비롯한 경제조항의 삭제를 주장한다. 헌법 제 119조 2항에 정의된 경제조항 일체를 폐지하고 자유시장경제의 기능과 재산권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만 국가가 개입하도록 개헌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또 국가 정책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복수의 헌법학자들은 최근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헌법 119조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1항과 2항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한 쪽만 부각하는, '견강부회'격 해석을 내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정종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5·연수원 14기)는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엄밀하게 법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용어"라며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파적 '구호'를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담으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정 교수는 이어 "119조2항은 시장의 실패가 있을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있는 조항"이라며 "1항과 2항의 의미가 합쳐져 우리 시장경제원리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개의 조항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119조2항만을 외치며 정부주도의 관치경제가 돼선 안되고 또 헌법이 관치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아닌 만큼 119조2항을 폐지해야한다는 일부 경제계 인사들의 주장도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헌법 전문 변호사인 이헌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51·연수원 16기)는 "1항은 '자유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고 밝힌 반면 2항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며 "정부의 조정이 당연하다고 보는 건 잘못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119조1항의 취지를 무시하고 2항만 강조하는 것은 국가 규제가 일반화되고 정부주도 계획경제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경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헌법 전문가는 "119조2항이 정부 시장개입의 근거가 되지만 쏟아져 나오는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무조건 합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단순한 구호 차원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시장실패가 발생했고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오는 12월로 예정된 제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여야는 금산분리법안, 출자총액제 부활 등 재벌의 지배구조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재계는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인해 시장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