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탓에 민원인들 짜증" 냉방 꺼진 구청 가보니

"더위 탓에 민원인들 짜증" 냉방 꺼진 구청 가보니

이슈팀 황재하 기자
2013.08.13 16:25

[블랙아웃 비상'電爭'] 관공서, 냉방기 가동 중단…공무원들 "일이 손에 안 잡혀"

12일 낮 서울시내 한 공공기관 소재 도서관의 실내온도가 34.4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이슈팀 황재하 기자
12일 낮 서울시내 한 공공기관 소재 도서관의 실내온도가 34.4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이슈팀 황재하 기자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절전도 좋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 줘야 하지 않나"

전력거래소가 13일 전력예비율이 2.0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발령을 예보한 가운데 절전을 위해 냉방기 가동을 중단한 관공서나 공공기관 공무원들은 더위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12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낮 시간대 실내조명 소등 및 냉방중단 협조를 요청함에 따라 전국 공공기관은 14일까지 냉방 가동을 중단하고 조명을 소등했다.

기자가 13일 서울시내 몇몇 관공서와 공공기관들을 방문해 본 결과, 햇볕을 막기 위해 창문에 블라인드를 내려 컴컴한 사무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거나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서울 소재 구청에 근무하는 A모 주무관은 이날 오전 "전력 수급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업무를 위해 좀더 효율적으로 절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30분씩만 틀어 더위를 가시게 해 줘도 이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더운 날씨에 특히 취약한 장년층이나 임신부 등의 경우 더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민원인이 많이 찾는 관공서일수록 특히 상황이 심각하다. 여러 사람이 모일수록 체온 때문에 실내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이 주무관은 "민원인들이 더위 때문에 짜증을 부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소재 도서관 직원 B씨는 이날 "오늘은 그나마 에어컨을 잠깐 가동하면서 실내가 훨씬 쾌적한 편"이라며 "어제는 오후 내내 한 번도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았는데, 방문객들도 모두 손으로 부채를 부쳐 가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컴퓨터의 열기까지 더해져 더 견디기 어렵다"며 "게다가 몸으로 움직이는 일을 해야 할 때는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 청소를 하거나 책 정리를 해야 하는데 냉방기 가동이 되지 않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흘러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 도서관은 12일 오후 6시 무렵 실내온도가 무려 34.4도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시 최고기온은 32도였다.

이 도서관을 방문한 가정주부 C씨는 이날 "오랜만에 책을 읽으러 나왔는데 너무 더워서 견딜 수가 없다"며 "차라리 집에서 책을 읽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구청에 근무하는 D 공익근무요원은 "민원인들이 내내 '냉방기를 틀어 달라', '선풍기가 왜 하나밖에 없느냐', '너무 덥다'고 말하는데 나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총무과에 연락해 봐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뿐"이라고 말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오전 3시45분 현재 예비전력은 437만kW로 전력수급현황은 1단계인 '예비' 상태다. 전력예비율은 6.0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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