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귀성 꺼리는 2030 "친지 잔소리 두렵다"

# 박모씨(27·대학생)는 올해 추석 연휴 내내 도서관에 머물기로 했다. 친척들이 던지는 질문이 너무 싫어서다. 질문은 단 한 마디. "너 올해 몇살이니?" 명절 때면 만나고 사촌들과 엇비슷한 또래여서 자신의 나이를 모를 리 없지만 굳이 묻는 의도는 뻔하다. 언제 졸업하고, 취업은 어떻게 하고, 결혼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함축된 질문이다.
# 이모씨(30·여·회사원)는 지난 설 후 당분간 큰어머니 보는 게 싫어졌다. 학교 다니고 취업하고 사회생활 할 때 아무런 연락도 없고 상관도 없던 분이 명절에 만날 때마다 "시집 빨리 가서 애 낳지 않으면 노산 위험이 있다"며 결혼을 독촉한다. 이씨는 "내가 죽거나 말거나 상관도 안 할 어른들이 왜 내 인생에 오지랖이 넓은지 모르겠다"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20~30대 미혼 남녀들이 친척들의 잔소리를 꺼려 추석 귀성을 기피하고 있다. 점점 늦어지는 졸업, 취업과 부담이 커지는 '결혼비용'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 부족 탓이다.
최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425명의 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3.8%가 '추석이 두렵고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남성 47.4%와 여성 66.2%가 첫번째 이유로 든 것은 '부모님 및 친지의 잔소리'였다.
그 중 최악의 잔소리로는 "혼기를 생각해. 내년엔 결혼하겠니?"(51.1%), "아직도 혼자니? 연애 좀 해"(27.1%) 등 '연애사 간섭'이 꼽혔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30% 이상은 추석 계획으로 '여행'을 택해 친척들과의 만남으로부터 도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졸업과 취업 지연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2008년 대학졸업까지 평균 5년 7개월 걸렸으나 2012년 9년 3개월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위해 휴학과 스펙쌓기, 해외연수 등을 반복하며 점점 졸업을 미루는 '미졸업생'이 증가해서다.
졸업과 취업이 늦어짐에 따라 결혼 역시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1년 남성의 평균 결혼연령은 26.4세, 여성은 23세였다. 2011년 남성 평균 결혼연령은 31.9세, 여성은 29.1세까지 올라갔다. 서울지역에서 결혼 적령기를 넘긴 35세 이상 노총각은 20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이 추세에 따라 1인가구 역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1인 가구의 비중은 전체 가구의 23.9%에 달했고, 오는 2035년 34.3%로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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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남녀들은 이런 추세에 대한 이해 없는 기성세대의 '잔소리'가 비록 선의에서 나왔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솔직히 기성세대들은 요즘 청년들처럼 취업난에 시달리지도 않고 4년제 대학만 졸업하면 웬만한 직장 다 들어갔다"며 "요새 분위기도 모르면서 '우리때는 어땠는데' 하는 말 들으면 얼굴도 보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찍 결혼해 애 낳고 가정주부 하는 게 더 이상 미덕이 아닌데 친척 어른들은 옛날 생각에만 사로잡혀 서른 넘어 결혼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안다"며 "결혼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외국에 나가 살고 싶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