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北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화성인' 北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이상배 기자
2013.09.23 07:02

[이슈 인사이트] 1회 '배신'에 1회 '보복'하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Tit-for-tat) 전략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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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북한 수뇌부의 상식에 벗어난 행보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산가족 상봉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북한의 느닷없는 발표가 추석 연휴 막바지 정국을 뒤흔들었다.

북한 대남선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북한이 내세운 명분도 황당하다. 조평통은 "남측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민주 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사냥극'을 미친 듯이 벌리고 있다"며 "통일 애국 인사들에 대한 온갖 탄압 소동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산가족 상봉 연기의 진짜 이유로 추정되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얘기는 쏙 빠졌다.

북한이 이처럼 인륜까지 저버리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경제학 게임이론에는 '다리 불태우기'(Burning bridges)라는 개념이 있다. 전쟁에서 자신의 뒤에 있는 다리를 붙태우는 것과 같은 이른바 '미친 짓'(Insanity)을 하는 전략을 말한다. 상대방에게 "나는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대개 이 경우 상대방으로서는 다음 수를 예측할 수 없고 어떤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승부를 포기하거나 양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이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강대국을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는 협상력을 보여온 것도 그동안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광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배신'을 할지, '협력'을 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부른다. 둘다 '배신'을 선택하면 파국을 맞고, 둘다 '협력'을 선택하면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연속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상대방의 배신을 줄이고 협력을 유도하는 최선의 해답은 이미 과학적으로 나와있다.

1979년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는 '연속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을 찾기 위한 대회를 열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200회 반복한 뒤 가장 큰 이득을 얻거나 가장 적은 피해를 입어 가장 높은 점수(Payoff)를 얻은 전략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전략은 지극히 단순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for-tat) 전략이었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 수학심리학자 아나톨 래퍼포트(Anatol Rapoport)가 제출한 이 전략은 단 4가지 단순한 원칙로만 이뤄졌다. 첫째, 먼저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는다. 둘째, 상대가 배신하면 반드시 보복한다. 셋째, 상대가 물러서면 즉시 용서한다. 넷째, 상대방에게 내 의도를 명확히 알린다.

이를 남북 관계에 적용해보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라는 '배신' 행위를 보인 만큼 우리 정부도 북한에 한차례 '보복'을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를 전면 중단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만약 북한이 한발 물러서면 즉시 용서하고 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 가능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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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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