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가구' 환불 약속 안 지킨 회사, 그리고···

'벌레 가구' 환불 약속 안 지킨 회사, 그리고···

이상배 기자
2013.10.14 06:02

[이슈 인사이트] '100% 환불' 정책으로 미국 3위된 백화점

# 중국 서북단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주도 우루무치의 한 백화점, 한 고객이 하이얼 매장에서 PC 한대를 산 뒤 배달을 요청했다. 문제는 이 고객의 집이 우루무치에서 1560km나 떨어져 있었고, 심지어 고비사막을 지나야 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하이얼은 배달과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배달을 떠난 차량이 사막의 비포장도로 위에서 그만 고장이 일으켰다. 연락을 받은 고객은 PC를 한참 뒤에나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체념했다. 하지만 3일 뒤 이 고객의 눈 앞에는 낙타를 타고 나타난 하이얼의 배달 직원이 서 있었다. 낙타를 타고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어가며 고객의 집에 도착한 직원은 힘든 내색조차 않은 채 약속대로 PC를 설치하고 떠났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하이얼의 고객서비스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하이얼은 1984년 설립 이후 30년도 채 안 돼 세계 1위 백색가전 업체로 올라섰다.

# 지난달 25일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가구업체 까사미아의 침대와 소파에서 벌레, 곰팡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이튿날 까사미아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저희 고객만족센터로 요청하실 경우 소정의 절차에 따라 제품 교환 또는 전액 환불 처리해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실제로 까사미아에 연락을 취한 소비자들의 이야기는 약속과는 달랐다. 1년 이내 제품만 교환과 환불이 되고, 방제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구매한 사람도 환불하려면 10%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객서비스에 대한 상반된 2가지 사례다. 대개 '환불'은 기업 입장에서 무조건 손해라고 알려져 있다. 환불한 제품을 다시 팔더라도 판매, 배송, 회수 과정의 비용은 그대로 회사의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불을 오히려 자신들만의 경쟁력으로 활용한 기업들도 있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 재구매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미국 백화점 업체 노드스트롬(Nordstorm)이 대표적이다. 1901년 시애틀의 신발가게에서 출발한 노드스트롬은 112년 전 창립 이후 지금까지 '100% 환불'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브루스 노드스트롬 전 회장은 심지어 "심지어 5년 전에 산 낡은 신발을 가져와도 환불해줘야 겠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말고 환불해줘라"고 당부했다.

노드스트롬에 따르면 환불 정책을 악용하는 이른바 '블랙 컨슈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환불 정책을 악용하기는 커녕 이 회사에 깊은 신뢰를 보내며 지인들에게 노드스트롬을 추천한다. 지난 6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 순위에서 노드스트롬은 미국 3위, 세계 9위 백화점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고서 '육도삼략'(六韜三略)에 따르면 강태공은 문왕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믿음이 천하를 덮을 만해야 천하에 약속할 수 있고, 인자함이 천하를 덮을 만해야 천화를 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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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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