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즌' 뛰어난 인재 떨어뜨리는 법

'취업 시즌' 뛰어난 인재 떨어뜨리는 법

이상배 기자
2013.10.28 06:02

[이슈 인사이트] '압박 면접', 똑똑한 인재일수록 불리해

주요 기업들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위한 서류·필기 전형이 일단락되면서 면접 시즌이 본격화되고 있다.

채용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면접관들의 주관적인 판단 때문에 적지 않은 수의 뛰어난 인재들이 탈락하는 곳이 바로 '면접'이다.

어떻게 하면 면접에서 좋은 인재들을 추려낼 수 있을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한 '유능한 인재 떨어뜨리는 면접법'들을 알아보자.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가 최근 펴낸 저서 '착각하는 CEO'에서 인용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이른바 '압박 면접'은 뛰어난 인재들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온다.

심리학자 사이언 베일락과 토머스 카는 미시간주립대 학생 93명을 대상으로 '지능' 테스트와 비슷한 '작업기업'(working memory) 테스트를 보게 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인지 능력이 높은 '똑똑한 학생들' 46명과 인지 능력이 높지 않은 '평범한 학생' 47명을 가려낸 뒤 '모듈러 연산'으로 불리는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베일락과 카는 이들이 압박감을 느끼도록 수학 문제를 푼 결과가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파트너가 받을 보상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통보했다.

그 결과, 쉬운 문제를 풀 때에는 예상대로 똑똑한 학생들의 점수가 평범한 학생들보다 훨씬 높았다. 문제는 어려운 문제를 풀 때였다. 똑똑한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정확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반면 평범한 학생들은 오히려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정확도가 더 높았다. 어려운 문제를 맞아 긴장도를 높아질 때 평범한 학생들은 능력을 더 잘 발휘한 반면 똑똑한 학생들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극도로 긴장하거나 당황해 일을 그르치는 이른바 '초킹(choking) 현상'이 똑똑한 사람들에게 더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개 인지 능력이 높은 똑똑한 사람들은 낮은 성과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 '초킹 현상'에 더 많이 희생된다. 똑똑한 사람들이 위기의 상황에도 더 잘 대처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는 면접 때 지원자들에게 불리한 질문들을 던져 궁지로 몰아넣는 이른바 '압박 면접'이 오히려 우수한 지원자들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뜻한다.

뛰어난 지원자들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방법은 '뛰어난 직원'에게 면접관을 맡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직원들이 뛰어난 인재를 더 잘 알아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 뛰어난 인재들을 뛰어난 직원들이 무의식적으로 떨어뜨리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스티븐 가르시아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수학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팀원을 선택할 때 수학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선호했다. 또 어학 능력이 좋은 사람들 역시 어학 능력이 낮은 팀원은 원했다.

그렇다면 뛰어난 인재를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자 프랭크 슈미트와 존 헌터가 85년 간 축적된 기업 등의 인력채용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직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첫째 '일반적인 지적 능력'이었고, 둘째는 면접관의 직관에 맡기는 것이 아닌 여러 개의 지표에 대해 각각 점수를 매긴 뒤 종합하는 '구조화된 면접' 점수였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터대 명예교수의 지적은 신입사원 면접 때 역시 유효하다. "일상의 판단과 선택은 합리성보다 직관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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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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