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네거티브 경쟁' 전략, 상대방에 '동정심' 유발하는 등 역효과

대학 시절 캠퍼스 풍경을 떠올리면 넓은 잔디밭과 삼삼오오 모인 젊은 학생들 말고도 한가지가 더 있다. 바로 굉음을 내며 캠퍼스를 활보하는 중화요리 배달원들의 스쿠터다.
대학 시절 기자가 다니던 학교로 배달되는 중화요리는 처음에는 A음식점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강력한 경쟁자인 B음식점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양'으로 승부하는 B음식점으로 상당수 실속파 학생들의 배달 수요가 넘어갔다.
중화요리 시장이 A, B음식점으로 양분되기 시작하면서 두 곳 배달원들 간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처음에는 캠퍼스 곳곳에 붙은 상대 음식점의 스티커를 떼어가더니 나중에는 상대방의 그릇을 훔쳐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캠퍼스 한복판에서 두 음식점의 배달원끼리 주먹다짐을 하는 사태까지 갔다.
결국 두 음식점의 과도한 신경전에 염증을 느낀 학생들의 수요를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C음식점이 '어부지리'(漁夫之利)로 챙겨가면서 시장은 3강 구도로 재편됐다. A, B음식점 모두 과도한 '네거티브 경쟁'(Negative Competition)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제야 비로소 인기를 얻기 시작한 여자 실업축구 WK리그가 박은선 선수를 둘러싼 성별 논란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박 선수가 소속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지난 6일 여자축구연맹에 제출한 문건이다. 박 선수의 성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 문건에는 "2013년 12월31일까지 박 선수의 출전 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을 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실업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을 모두 출전을 거부한다는 의견"이라고 적혀있다. 리그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박 선수를 견제하고, 여차하면 리그에서 제외시키려는 속셈이다.
이 일로 해당 선수가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박 선수는 과거에도 수차례 본인 표현대로 '수치스러운' 성별 검사를 받아왔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성적을 위해 '인권침해'까지 서슴치 않은 6개 구단 감독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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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는 6개 구간 감독을 상대로 한 일반인 2명의 진정이 접수됐다. 만약 인권위가 이 사건에 대해 '차별' 또는 '성희롱'이라고 결론내린다면 6개 구단 감독들에 대해 최고 '해임' 또는 '손해배상' 등의 권고 조치까지 내려질 수 있다. 이 감독들 입장에서는 결국 본전도 못 건진 셈이다.
'네거티브 경쟁' 전략이 항상 손해인 것은 아니다. 2010년말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이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쓴다며 네거티브 마케팅을 펼친 결과 동서식품의 시장을 일부 잠식하는 등 잠시 재미를 봤다.
그러나 네거티브 경쟁 전략은 자칫 잘못 쓰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1990년대 파스퇴르가 다른 업체의 우유에 고름이 섞여 있다는 마케팅을 펼쳤다가 오히려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은 바 있다.
또 '박은선 선수 사건' 사례에서 보듯 네거티브 경쟁 전략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동정표'를 몰아주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국가대표 보일러' 논란이 대표적이다. 보일러업체 귀뚜라미는 지난 9월 경쟁업체인 경동나비엔이 광고에서 사용한 '국가대표'라는 표현이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이 내용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만 받았을 뿐이다.
현재까진 여론도 공격의 피해자인 경동나비엔 편이다. 귀뚜라미의 전략은 결국 경동나비엔에 대한 소비자들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결과만을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