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직원들, '모르쇠' 일관…집단 기억상실증?

국정원 댓글 직원들, '모르쇠' 일관…집단 기억상실증?

이태성 기자
2014.03.19 05:07

원세훈 전 원장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 '모르쇠' 일관

국가정보원 심리전담반 소속 직원들이 대선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나와 자신들의 검찰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이들은 단체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자신의 진술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원 전원장을 감싸려는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7일과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원장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모두 국정원 심리전담반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신문을 받았다.

17일 출석한 국정원 직원 김모씨는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다"며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았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에서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했다.

심지어 검찰 조사 당시 이미 진술했던 내용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했다면 착각이었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김씨의 진술은 방청객의 실소를 자아냈다.

김씨는 1980년대에 국정원에 9급으로 임명돼 주로 안보분야에서 일해 왔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심리전담 안보5팀 3파트에서 트위터 활동을 전담한 인물로, 30년 넘게 국정원에서 일한 베테랑 요원이다.

18일 법정에 나온 국정원 직원 김모씨 역시 "검사만 보면 사지가 떨리고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또 "이 자리에 앉아있지만 제가 제가 아니다. 혼은 다른데 가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검사가 조사 당시 진술을 읽어주자 "그렇게 장황하게 얘기했다면 거의 천재다.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라고 말했다. 또 "키 크고 덩치도 큰 팀장(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와서 우리가 진술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둥 없다는 둥 했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도 1987년 국정원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법정 증언 태도는 30여년간 국가 정보기관에서 일했다는 경력을 무색하게 한다.

재판부 역시 이들의 진술에 의구심을 표했다. 재판부는 신문 과정에서 "물은 것에 대한 정확한 답을 하라"며 검찰 측 질문을 되물었다.

또 김씨의 진술번복을 놓고도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서 변호인 입회한 가운데 자신이 진술한대로 신문조서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서명·날인까지 했다면서 왜 법정에서는 그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하느냐"고 물으며 의구심을 표했다.

이틀에 걸쳐 열린 공판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말장난'같은 진술을 잇따라 내놓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전에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변호사는 "원 전원장을 감싸기 위해 이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태도만 보면 이들의 법정 증언은 신빙성이 떨어져 보인다.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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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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