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대신 화면 속으로… 데이터가 바꾼 축산유통 생태계

도매시장 대신 화면 속으로… 데이터가 바꾼 축산유통 생태계

정혁수 기자
2026.07.1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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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품질평가원, 디지털 전환
사진·품질정보 '실시간' 전송

지난 8일 경남 창녕축공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북 영천 삼세도축장에서 전송된 고화질 사진과 생중계 영상을 보며 비대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축산물품질평가원
지난 8일 경남 창녕축공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북 영천 삼세도축장에서 전송된 고화질 사진과 생중계 영상을 보며 비대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축산물품질평가원

매일 새벽 농가에서 출하된 돼지들은 전국 도축장으로 향한다. 이 가운데 도매시장 경매에 참여하는 물량은 거래가 이뤄지는 도매시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축산유통은 '물건이 있는 곳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상식 위에서 수십 년을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 그 익숙한 풍경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돼지는 더이상 경매장에 가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가 찍은 고화질 영상과 객관적인 품질데이터가 모니터 속으로 들어오고 중도매인들은 전국 어디에서든 화면을 보며 가격을 부른다. 축산물 유통이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하 축평원)은 기존 축산물 도매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경매운영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원격지 상장 등 '상물(商物) 분리형 온라인 경매'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 축산물 경매는 실물과 거래가 함께 움직이는 '상물 일치형' 구조였다. 살아 있는 가축이나 도축된 지육을 반드시 도매시장으로 옮긴 뒤 현장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장거리 운송에 따른 물류비는 계속 늘었고 이동과정에서 육질저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같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이동제한으로 거래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었다.

시장기능도 점차 약해진다. 국내 돼지의 도매시장 경매비율은 2016년 9.2%에서 지난해 4.4%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새로운 거래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축평원이 제시한 해법은 '실물은 현장에 두고 거래는 온라인으로 하자는 것'이다.

도축장에서 촬영한 고화질 사진과 실시간 영상이 경매시스템으로 전송되고 육질과 등급 등을 분석하는 KBM(인공지능 및 딥러닝 기반의 소 품질평가 장비)과 VCS2000(인공지능 및 영상분석 기반의 돼지 품질평가 장비) 등 품질평가 장비가 생산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함께 제공된다.

중도매인은 굳이 경매장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모니터 화면을 통해 품질을 확인하고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현장에 있는 것은 돼지가 아니라 '데이터'와 '영상'이다.

달라지는 것은 거래방식만이 아니다. 원격지 경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도축장에서 도매시장까지 지육을 별도로 운송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비용절감 규모와 구매자 참여확대, 가격형성 효과는 거래실적을 통해 검증해야 하는 부분이다.

축평원은 고령층 중도매인들도 쉽게 이용토록 화면구성을 단순화하고 실시간 생중계 영상과 화상통신 기능을 추가해 현장감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도축장들은 기존의 무겁고 복잡한 촬영장비 대신 스마트폰 기반 촬영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경매가 끝난 뒤 종이로 출력하던 낙찰확인서는 스마트폰 알림톡으로 자동발송하도록 바뀐다. 축산유통의 디지털 전환이 거래부터 행정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온라인 경매 인프라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축평원은 농협 나주를 시작으로 협신식품, 도드람 안성,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부경축공), 제주축산물공판장(제주축공) 등에 온라인 경매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지역간 거래할 수 있는 원격지 경매는 초기단계로 축평원은 삼세-창녕축공 원격지 경매를 통해 해당 거래모델의 운영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고 단계적으로 확산해나갈 예정이다.

삼세 도축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생중계 영상이 창녕축공으로 실시간 전송되면 중도매인들은 온라인으로 경매에 참여한다. 낙찰된 돼지는 창녕을 거치지 않고 영천 현장에서 곧바로 원물 또는 포장육으로 가공돼 구매자에게 공급된다. 기존에 여러 차례 거쳐야 하던 물류단계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축평원은 그동안 경기권에 국한됐던 소 부분육 온라인 경매도 영남권과 충청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박수진 축평원장은 "온라인 경매는 물류부담을 줄이고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축산물 유통혁신의 핵심사업"이라며 "생산자와 유통업계 모두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플랫폼 운영과 시스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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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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