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체험장, 그냥 걸었을 뿐인데 '기준치'에…

층간소음 체험장, 그냥 걸었을 뿐인데 '기준치'에…

김유진 기자
2014.04.11 13:40

토지주택공사 자곡동 체험장… "기준치 엄격" "어떻게 지키나"

11일 오전 10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더 그린’의 층간소음 체험장을 찾아 소음 체험 중인 대학생/ 사진=김유진 기자
11일 오전 10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더 그린’의 층간소음 체험장을 찾아 소음 체험 중인 대학생/ 사진=김유진 기자

"기준이 생각보다 엄격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거 어떻게 지키나 싶네."

175cm의 성인 남성이 맨 바닥을 걷자 45데시벨(dB)이라는 수치가 전광판에 빨간 글씨로 떴다. 지켜보던 학생들은 깜짝 놀라는 눈치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와서다.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 '더 그린관' 층간소음 체험장에선 대학생들이 일반 가정처럼 꾸며진 작은 방에서 의자를 끌고 청소기를 돌리는 등 일상생활 속 소음을 체험했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기준에 관한 규칙'을 마련하고 이달 1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정안에선은 1분 동안 발생한 등가소음도(Leq)는 주간 43dB, 야간 38dB로 정했다. 충격음이 최대로 발생했을 때 소음인 최고소음도(Lmax)는 주간 57dB, 야간 52dB로 설정했다.

이날 체험관에선 이 기준이 어느 정도의 소음을 의미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연이 이뤄졌다. 문을 세게 닫아보기도 하고 쇼파에서 맨 바닥으로 뛰어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생활 소음들을 비교해봤다.

측정 결과 위층에 사람이 없을 때 아래층에서 들리는 일상적인 건물 소음은 30-35dB 정도. 주간 층간소음 등가소음도의 기준이 되는 43dB의 경우 윗집에서 청소기를 돌릴 때 아랫집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미세한 소리였다. 일반 성인 남성이 맨발 뒤꿈치를 이용해 걷는 소리도 비슷했다.

야간 층간소음 등가소음도의 기준이 되는 38dB의 경우 더 엄격했다. 매트를 깔아놓고 뛰거나 문을 매우 조심스럽게 닫을 때 들리는 소음 정도였다. 실내화를 신고 걸어다닐 때 발생하는 소음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11일 오전 10시 방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더 그린’의 층간소음 체험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 사진=김유진 기자
11일 오전 10시 방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더 그린’의 층간소음 체험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 사진=김유진 기자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무심코 만드는 소음들의 경우 수치가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 의자를 끌어당길 때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음은 62dB에 가까웠다. 청소기의 몸통을 끌어당기고 머리 부분으로 바닥을 쳐 가면서 청소를 할 때 들리는 소음도 60dB에 가까웠다. 둘 다 주간 최고소음도인 57dB보다 훨씬 높았다.

체험관에 견학을 온 대학생 김모씨(20)는 "평소에 집에서 하는 수준으로 행동을 해 봤는데 이렇게 수치가 높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면서 "이번에 만들어진 층간소음 기준이 지키려면 매트를 깔거나 슬리퍼를 신는 등 생각보다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문식 LH 더 그린관 과장도 "이번 층간소음 기준이 매우 엄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물 자체진동에 의해 35dB까지도 소음이 측정되기 때문에 38dB인 야간 층간소음 기준은 특히 엄격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층간소음은 건물마다 시공방식과 자재, 건축년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10-15년 전에 지어진 건물들의 경우 규정을 지키기 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와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층간소음 기준은 소음에 따른 분쟁발생 시 당사자 간이나 아파트관리기구 등에서 화해를 위한 기준이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제정안에서도 소음 유발 가구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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