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상보)비바람 속 험난한 구조활동…가족들, 끝 없는 기다림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2일째인 27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실종자 가족들과 경찰,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 9시쯤 굵은 빗줄기와 거센 파도 소리를 뚫고 어디선가 목탁소리와 염불 외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누군가 우비를 뒤집어쓴 채로 바다를 향해 절을 드리고 있는 모습은 이곳 팽목항에 있는 모두의 애타는 심정을 대변했다.
불과 10여m 옆 천막에서는 눈물 섞인 찬송가 소리가 새어나왔다. 5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가족들, 관계자들이 모여 한 마음으로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예배를 드렸다.
일요일 오전, 궂은 날씨의 팽목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자 하는 간절한 기도,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구조 장기화…"인양 불가" VS "현실 직시" 논쟁
사고 12일째에도 실종자 수는 여전히 114명. 구조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답답함과 분노도 커져만 가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가족대책회의에서는 '인양 절대 불가'를 내세우며 새로운 수색방식을 촉구하는 부모들과 현실을 직시하고 다음 단계를 고민하자는 부모들 사이에 논쟁이 오갔다.
한 어머니는 "계속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얘기하면 어떡하나. 시신이 계속 훼손되고 있는데 어떻게든 끌고 와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아버지는 "아이들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배가 옆으로 누워있는데 건드리면 애들이 유실되고 손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른 아버지는 "저도 구조를 원한다. 하지만 구조가 한 달이 걸릴지 두 달이 걸릴지 모르는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어떻게 구조할 것인지 대안을 내놔야지 무조건 '구조해라''구조해라' 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다른 한편에서도 "12일째 기다렸는데 앞으로 더 못 기다리겠냐. 아직 수색을 다 해보지도 못했는데 전체 선실을 완전히 탐색한 후에 인양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구조작업이 장기화되자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조류를 감소시키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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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버지는 "초기에 유조선을 끌고 와 한쪽을 막자, 쇠파이프를 장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쇠파이프 주문과 생산에만 2주가 넘게 걸려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생존자가 확실히 있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새롭게 구조물을 투입하는 것은 무리다"고 주장했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선미 쪽에 들어가 수색을 3~5번 마쳤는데 침대, 컴퓨터, 매트 장판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속도를 더 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고 밝혔다.
최 차장은 수색작업이 장기간 난항에 부딪히자 이날 세월호의 자세를 바꿔 구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다림은 끝이 없고…기상 더욱 악화될 듯
이날 수중수색작업은 오전 1시부터 한 차례 50분 간 이뤄진 뒤 기상악화로 중단, 오후 1시쯤에야 11시간 만에 재개됐다.
가족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오늘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팽목항 대형텔레비전에서 이 같은 뉴스보도가 흘러나왔지만 가족들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무능하다"고 한마디씩 내뱉으면서도 격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한 가족은 "너무 힘들어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당장 바다 속 가족들을 구조하는 일이 급할 뿐 총리의 사퇴는 '뒷전'이었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 오후, 가족들은 대부분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실종자 아버지들이 간간히 휴게실 천막 앞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라면을 먹었다. 쪼그려 앉아 서로 인사를 건넨 아버지들은 담배가 다 타들어갈 때까지 먼 바다만 바라봤다.
풍랑주의보 속에서도 이날 오후 2시27분쯤 188번째 시신이 선체 4층 선수 중앙통로에서 추가로 수습됐다. 26일 오전 2시에 시신 2구를 인양한 후 36시간 만이다.
오후 3시쯤 가족 휴게실 게시판에 '시신확인 종이'가 붙자 몇몇 가족들이 몰려갔다가 실종된 가족과 이름을 대조해보고는 별 일 아닌 듯이 발길을 돌렸다.
전날 밤부터 진도 앞바다 사고 해역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다음 주까지도 그치지 않는 등 기상여건이 악화될 전망이다. 오는 29일엔 물살이 1년 중 가장 빠르다는 사리 기간이 시작돼 5월2일까지 초속 2.4m의 강력한 조류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당분간 가족들의 지난한 기다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