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윤회 보도' 명예훼손 고소…혐의 성립될까?

청와대 '정윤회 보도' 명예훼손 고소…혐의 성립될까?

이태성 기자
2014.12.01 14:29
세계일보는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모 경정이 지난 1월 청와대 재직 중 작성했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 의혹을 받아 온 정윤회 씨가 현직 비서관 및 행정관들과 정치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일보 제공) /사진=뉴스1
세계일보는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모 경정이 지난 1월 청와대 재직 중 작성했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 의혹을 받아 온 정윤회 씨가 현직 비서관 및 행정관들과 정치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일보 제공) /사진=뉴스1

검찰이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 등 8명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경우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성립 요건이 까다롭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보장하려는 취지에서다.

또 보도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 여기에 추가 조건이 붙는데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을 때, 또는 증명이 없더라도 보도한 기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세계일보는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근거로 댔다. 해당 문건은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던 ‘김기춘 비서실장 중병설’ ‘김 실장 교체설’과 같은 루머의 진앙이 어디인지를 감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10명과 10월부터 매달 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이면서 국정운영 전반과 청와대 내부상황을 체크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건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모두 부인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정보지(찌라시)를 묶어 보고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사 자체가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성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무법인 양헌의 김승열 대표변호사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건을 근거로 했다면 설사 보도가 사실이 아니었다고 해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또 청와대 내부의 일이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했다고 주장, 법리논쟁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공익 목적의 기사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씨와 관련된 의혹이 이미 많이 제기됐었고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은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의 이헌 대표변호사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건을 근거로 했더라도 당사자들로부터 확인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형사1부는 명예훼손 사건 전담 수사팀이다.

형사1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정씨와 연결시킨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과 ‘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 비선 라인 의혹을 제기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각각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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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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