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박지만 갈등, 조응천이 조장했나

정윤회-박지만 갈등, 조응천이 조장했나

이태성 기자
2014.12.29 13:57

檢, '문건' 기획자로 조응천 前비서관 지목…남는 의혹들은 어떻게?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조 전비서관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등 이미 허위로 드러난 청와대 문건과 '박지만 미행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48·구속) 경정의 청와대 파견 시절 직속상관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유출하는 데 조 전비서관이 일정부분 개입한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12.27/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조 전비서관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등 이미 허위로 드러난 청와대 문건과 '박지만 미행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48·구속) 경정의 청와대 파견 시절 직속상관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유출하는 데 조 전비서관이 일정부분 개입한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12.27/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검찰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기획자'로 가닥을 잡았다. 조 전비서관이 이번 사건을 기획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29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 전비서관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일하다 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지냈으며 정권 출범 직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됐다. 박지만 EG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고 '정윤회 문건' 등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의 직속상관으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에 관한 감찰이 주된 업무였다.

◇정윤회-박지만 갈등, 조 전 비서관이 조장했나

직원 감찰이 주 업무인 조 전비서관 입장에선 청와대 핵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요주의 감시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전비서관은 이 3인방 때문에 비서관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조 전비서관은 "권력 실세들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 dog) 역할을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고 했다. 박 경정 역시 "청와대 내에서 ‘문고리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 전 비서관과 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옛날로 따지면 사헌부와 같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전비서관은 인사 문제를 놓고서도 3인방과 몇 차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정수석실에 파견되는 경찰 출신 행정관들의 인선을 둘러싸고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비서관과 다툼을 벌인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부속실에서 추천하는 인사에 대해서도 번번이 좋지 않은 검증 보고서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조 전비서관 등 공직기강비서관실과 3인방 사이의 갈등에서 이번 사건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비서관이 이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윤회씨와 박지만 EG회장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조 전비서관이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 문건의 유출을 지시 또는 묵인했고 관련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문건 작성과 유통 배경에 조 전비서관이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조 전비서관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 조 전비서관과 박 경정이 작성-보고한 정씨 문건이나 '박지만 미행 문건' 등 권력암투설의 배경이 됐던 문건 모두가 허위로 결론이 나고 있는 만큼 조 전비서관의 '자작극'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남는 의문점 많은데…검찰 어떻게 결론낼까

이대로 수사가 끝난다면 국정농단 의혹을 받았던 정씨와 청와대 실세 비서진은 물론, 박 회장까지 풍문 수준의 정보 문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셈이다. 그러나 정씨와 관련된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이번 청와대 문건유출 사태는 정씨를 둘러싼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다. 검찰이 정씨 관련 문건이 허위라고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정씨의 의혹이 모두 사라지진 않는다.

앞서 조 전비서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4월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정씨의 부탁을 받고 조 전비서관에게 정씨의 전화를 받으라는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씨가 청와대 비서진에게 전화해 부담없이 부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정씨가 '야인'에 불과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또 문건 유출 혐의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 경위는 청와대 회유 의혹을 유서에 남겼다. 하지만 회유를 받은 당사자로 거론된 한 경위는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의 회유를 인정한 JTBC와의 인터뷰는 인터뷰 성사 자체를 두고도 말이 엇갈렸다. 청와대 회유 의혹은 한 경위가 침묵하는 한 밝혀지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여러 의혹이 남은 상황에서 조 전비서관마저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26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가족과 부하직원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문건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서 "내용 중 60%가 팩트(fact)가 아니라 파서빌러티(possibility)를 보자면 6할 정도는 트루(true)라고 볼 수 있겠다"며 "그 당시 상황판단과 바뀐 건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비서관의 구속 여부는 30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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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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