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승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위원장

"흐지부지됐던 국내 XBRL(국제표준재무언어) 활성화의 물꼬를 튼데 보람을 느낍니다."
윤승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위원장은 최근 ‘XBRL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지난해 7월 감리위원장에 선임된 그의 핵심업무는 비상장사에 대한 회계감리다. 하지만 그는 XBRL인터내셔널의 한국지부 사무총장으로 XBRL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XBRL은 국제적으로 기업이 재무정보를 자동분석, 활용하기 위한 전산언어인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이를 적극 도입해 기업 회계투명성 제고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상장사들이 완벽한 XBRL로 각종 재무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은행의 대출업무나 증권사 M&A중개의 핵심은 기업가치분석으로 이를 뒷받침하는게 XBRL인데 우리는 선진국과 달리 경제위기와 기업구조조정 등 이슈에 묻혀 XBRL인프라 구축이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공시시스템(DART, 다트)이 단순 재무정보 보고서를 전달하는 데 있다면 XBRL은 초보적인 우리나라 기업가치 분석이 선진국수준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금감원을 설득해 유명무실했던 XBRL기반 재무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공인회계사회가 상장사들의 XBRL보고서를 전수조사해 개선권고 보고서를 전달하도록 했다. 그는 “지난달 권고보고서를 680곳의 유가증권 상장사에 통보한 것을 시작으로 XBRL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90년대말 다트 개발 당시 염두에 뒀지만 기술적 한계로 포기해야만 했던 기업재무분석시스템이 드디어 실현되는 것”이라고 가슴벅차했다.
윤 위원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5년 공인회계사로 증권감독원에 입사해 금감원 회계감독국장, 기업공시국장, 기획조정국장, 동경사무소장 등을 거쳤다. 이후 KDB대우증권 상근감사를 역임했다. 특히 그는 전자공시시스템의 설계자이자 증권분야 베스트셀러인 ‘자본시장법 강의’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98년 다트 개발에 앞서 그는 사업보고서와 유가증권신고 서식 등 콘텐츠의 골격을 짰다. 2008년 워런 버핏은 다트를 ‘세계 최고의 전자공시시스템’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는데 그 근간이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1999년 증권거래법 강의로 처음 출간된 ‘자본시장법 강의’는 지난 16년간 국내 자본시장관련 규제 체계를 집대성한 필독서로 꼽히며 수차례 개정판을 거쳐 2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윤 위원장은 “지난 30년간 감리가 시행됐지만 국내 회계투명성이 남미 중진국보다 낮다는 평가는 나오는 것은 아직까지도 피감대상기업들이 회계감사를 재무적 완성도를 높이는 서비스라기보다는 거추장스럽고 불가피한 감시행위로 인식한다는 뜻”이라면서 “XBRL보급 역시 왜곡된 회계감사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