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두산전자,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1991년 오늘(3월 14일) 밤 대구시민들은 갑자기 수돗물에서 역하게 올라오는 악취 탓에 세수와 빨래를 할 수 없었다. 민원이 빗발치자 정부는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다.
사고의 원인은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전자(현 (주)두산 전자BG)구미공장 페놀 원액 저장탱크에서 생산라인으로 이어지던 파이프가 파열돼 30톤의 페놀원액이 약 8시간동안 옥계천을 거쳐 대구시 상수원인 다사취수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페놀은 전자기판을 만드는 수지의 원료로, 농약 제조에도 쓰이는 독성 물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악취 신고를 받은 취수장측에서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페놀 소독에 사용해선 안 되는 염소를 다량투입하며 사태를 악화시킨 것. 페놀에 오염된 폐수는 낙동강을 타고 밀양, 함안을 거쳐 부산, 마산으로 흐르며 경상도 전역이 '페놀 공포'에 빠졌다.
이 사고로 인해 두산은 '마시는 맥주로 돈 번 회사가 먹는 물을 망친다'는 전국민적 비난을 받게 된다. 두산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이후 대구지방 환경청 공무원 7명과 두산전자 관계자 6명 등 13명이 구속되고, 관계 공무원 11명이 징계 조치되는 등 환경사고로는 유례없는 문책인사가 이어졌다.
두산전자는 3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사고가 단순한 과실일 뿐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20일 만에 조업 재개가 허용된다. 하지만 한 달여뒤인 4월 22일 페놀탱크 송출 파이프의 이음새 부분이 파열돼 재차 페놀원액 2톤이 낙동강에 유입되는 2차 사고가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게 된다.
결국 당시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환경처 장·차관이 인책, 경질되기까지 했다. 후일 밝혀진 조사결과 두산전자는 사고 이전부터 폐수처리시설 고장 이후 1990년 11월부터 1991년 2월까지 4개월동안 월 500만원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매일 1.7톤의 페놀 폐수를 불법방류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는 기업들의 안일한 환경정책과 비윤리적인 기업경영으로 인한 환경사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 사고로 환경오염의 파급효과와 환경권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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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는 지난 1999년 녹색연합이 환경 공무원과 환경운동가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환경 10대 사건'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