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임한 판·검사가 법조계의 고질병인 '전관예우'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힘을 쏟는다고 했던 검찰과 법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두 기관은 숨을 죽이고 사건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전관 비리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전관 변호사가 자신과 친한 판검사를 통해 수사와 재판에 영향력을 끼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수사로 밝혀지는 부분은 대체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에 그친다.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은 의심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찰과 법원 스스로 '전관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탓이 크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얽힌 이번 사건에서도 전관의 영향으로 부당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혀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은 정 대표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함에도' 실형을 선고했다고 강조한다. 검찰은 과거 정 대표에 대한 무혐의 처분과 항소심 중 보석신청에 대한 '적의처리' 의견에 대해 모두 '문제없다'고 해명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에는 그동안 쌓인 불신이 너무 크다. 정 대표가 최유정 변호사에게 쓴 돈은 20억원이 넘는다. 홍만표 변호사는 아예 사외이사로 등록시켜 관리했다. 이는 정 대표가 '전관예우'를 기대했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2014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1101명) 중 89.7%가 '전관예우는 존재한다'고 했다. 현장에 있는 법조인들이 이렇게 느끼는데 밖에서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이야 어련할까. '판·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사람'은 처벌을 안받을 수 있다는 의심과 기대는 그만큼 뿌리깊다.
이번 일로 국가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는 또다시 추락하고 있다. 이 뿌리 깊은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그 어떤 비리 사건보다 엄중한 수사를 해야 한다. 특검이라도 동원해야 할 판이다. 수사가 미진하다면 잠시 숨을 죽이고 있는 '전관'들과 이를 위시한 브로커들까지 더욱 활개를 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