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주식매수청구권 존폐 논란]②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무효소송' 영향 미칠까 촉각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삼성물산(278,000원 ▼15,000 -5.12%)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잘못 산정됐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대한 논란이 자칫 지난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문제제기로 한창 증시를 달궜던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규정으로만 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대한 논란이 합병비율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대해서는 관련법령이 다소 느슨한 형태로 규정하고 있음에 비해 합병비율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가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등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권리다. 회사 또는 지배주주의 결정으로 인해 본인이 소유한 주식의 가치가 변동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소액주주들에게 안정적인 퇴출통로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자본시장법 및 그 시행령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자격과 행사방법,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행사가격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5는 원칙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반대주주와 회사간 협의로 결정하도록 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시행령 176조의7에서 규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토록 했다. 이사회가 개최되기 전일을 기준일로 삼아 2개월간, 1개월간,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평균주가 3개를 다시 산술평균한 가격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으로 삼는 방식이다. 지난해 삼성 측이 주요사항보고서, 합병 증권신고서 등을 통해 제시한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주당 5만7234원)도 이같은 방법론에 의해 산정됐다.
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시행령에 규정된 방식에 따른 가격에도 반대할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있다. 이번 고등법원의 결정 역시 지난해 7월 합병주주총회 이후 약 11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삼성 측과일성신약(22,350원 ▼300 -1.32%)등 반대주주의 이견이 극심했기에 결국 법원의 결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에 비해 상장사 사이의 합병비율에 대한 자본시장법령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관련조항에 비해 훨씬 간단명료하다. 시행령 제176조의5 1항은 이사회 개최 전일을 기준일로 삼아 해당종목의 1개월, 1주일, 최근일 종가 등 3개 가격을 산술평균한 가액에 일정범위 내에서 할인·할증한 가격을 기준주가로 삼도록 했다.
지난해 삼성 측이 제시한 옛 삼성물산 기준주가는 5만5767원으로 할인·할증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가격이었다. 당시 제일모직 기준주가 역시 할인·할증 없이 15만9294원으로 산정됐고 이에 따라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대 0.35로 제시됐다. 하지만 엘리엇 등은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과도하게 낮은 상황에서 합병비율이 산정된 점을 들어 합병반대론을 펼쳤으나 법적다툼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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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대한 법원의 문제제기가 곧바로 합병비율 문제로 이어질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도 많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의 산정에 있어 다양한 방법론을 허용한 것과 달리 합병비율 기준이 되는 기준주가에 대한 규정은 그럴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서울고법이 이번 사안에 대해 결정문에서 "이번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 옛 삼성물산의 시장주가는 기업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옛 삼성물산 시장주가는 주식매수가격 결정의 기초로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점이 눈에 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나 합병비율 산출을 위한 기준주가나 모두 이사회 전일을 기산일로 한 일정기간의 주가들을 단순 산술평균한 데 그치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일단 해당가격을 산출하기 위한 기준일까지 주가가 합병이라는 이벤트에 영향을 받은 이상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게 부당하다고 판단한 만큼 합병비율이 무조건 정당하다고 보는 게 더 억지스럽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대한 판단은 삼성 측의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이 서울고법의 판단을 인용할 경우 현재 계류돼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무효소송 결과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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