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인터뷰]김태형 뮤직팩토리엔터테인먼트 대표

가수로 데뷔한 지 30년째, 연예기획사 대표로 일한지 21년째다. 1987년 데뷔한 잘 나가던 오빠그룹 '소방차'의 원년멤버 김태형 뮤직팩터리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가수이자 제작사 대표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되는 인물이다.
그는 또 하나의 직함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유일 법정 중재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에 등록된 연예부문 전문중재인이기도 하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등록된 전문중재인은 이달 1일을 기준으로 1073명이 있다. 이 중 연예인 경력을 가진 중재인은 김 대표가 유일하다. 연예인 출신 중재인으로는 이전에도 '쎄씨봉' 멤버인 윤형주씨가 있었으나 윤씨는 지난해 5월까지만 중재인으로 활동했다.
"정식 중재인으로 활동하기 전에도 후배가수나 기획사 쪽으로부터 분쟁 중재를 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아왔습니다. 가수와 제작사 대표라는 이력이 있다보니 양자간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중립적인 지위에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연예산업이 발달하면서 관련분쟁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가 '소방차'로 데뷔했을 때인 1980년대만 해도 연예제작사가 극히 드물었다. 얼마 안되는 수의 회사들이 한국의 연예산업을 좌우했다. 이 때문에 연예인이 제작사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고 연예인이 불이익을 당해도 항변하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고 한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H.O.T.' 등 대어급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종전의 갑을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연예인의 권익도 크게 신장됐다. 선진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춘 대형제작사가 등장하고 이들이 상장도 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선 일이 아니다. 김 대표는 "연예산업이 선진화되면서 이전에는 주먹구구식이었던 연예인과 제작사간 관계도 바뀌어갔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방차 해체 후 제작사 대표로 살아가며 '과거에 회사가 너무했더라' 싶은 부분이 많았고 반대로 회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이해가 됐다"며 "이 경험들을 후배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재역할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중재인이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사자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선정된 3자가 중재인이다. 중재가 성립된 사안은 재판으로도 뒤집을 수 없기에 중재인이 되기 위한 자격도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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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전문가로서 중재인이 되려면 실무경력 10년 이상에 회사규모에 따라 3~5년 이상 임원으로 근무한 자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법조계나 공공기관 등에서 중재인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이자 해당분야에서 5~10년 경력 등을 구비해야 한다.
정식 중재인으로 활동하기 전에도 김 대표는 각종 분쟁에 해결사 역할을 도맡고 나섰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사이자 연예계 자정을 위한 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때 걸그룹 '카라'가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하려고 할 때 카라가 계약기간까지 활동토록 중재한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김 대표였다.
그는 "연예산업 계약의 이모저모를 따져보면서 그간 경험에만 의존해왔던 중재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왕 각종 연예분쟁에서 중재를 할 것이라면 제대로 공부한 후에 해보는 게 어떠냐는 지인의 조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상사중재원이 주관하는 '중재전문가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이수했다. 이 과정은 2007년부터 6개월 과정으로 운영돼 현재까지 14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중재제도 관련 일반적인 사항에서부터 중재심리 진행요령, 중재판정문 작성실습 등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강사진도 국내 유수 로펌과 로스쿨을 비롯해 법원, 대한상사중재원 등 기관의 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2008년 하반기에 이 과정을 통과한 김 대표는 현재까지 정식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재 전문가과정을 통과했대서 전원이 중재인으로 위촉되는 것도 아니다. 중재인으로서 그가 담당했던 주요 사건은 유명배우 A씨의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 유명모델 B씨의 전속계약 결렬관련 손해배상건 등이 있다.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국내외 중재건수는 총 413건으로 이 중 16건(4%)이 연예부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수는 2009년 처음으로 1건이 접수된 이후 2011년 3건, 2014년 5건 등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연예부문 중재사안이 늘어난 데에는 '중재의 비밀원칙'이 한 이유로 꼽힌다. 재판 등 법적 다툼이 대개 공개재판주의로 진행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재판의 경우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공개재판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이에 비해 중재심리는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대중 노출도가 높은 연예인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재는 단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3심제로 운영되는 재판으로 장시간이 소요되는 재판과 달리 신속하게 분쟁을 종결지을 수 있다. 또 소송가액에 따라 들쑥날쑥하는 소송비용과 달리 중재의 경우 비용이 표준화돼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의 경우 국내중재 신청규모가 1억원일 때 중재비용은 49만5000원으로 0.5%가 채 되지 않는다. 신청금액 규모가 10억원으로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중재비용은 1398만원으로 신청금액의 1.4% 수준에 그친다.
이같은 이유로 김 대표는 중재의 장점을 곳곳에 설파하고 다닌다. 김 대표는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수·연기자 등 직군의 '표준전속계약서'를 제정할 때도 주요 멤버로 참여했다. 당시 김 대표는 표준계약서에 '분쟁발생시 대한상사중재원을 중재기관으로 한다'는 문구를 넣어 연예부문 분쟁을 해결할 주요 기본통로로 중재를 활용토록 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이처럼 중재부문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그는 2010년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중재를 신청하는 이들은 주로 서로 덜 다치고 상처를 덜 받으려는 이들"이라며 "중재는 서로 한발짝 양보하면서 타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중간점을 찾는, 서로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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