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타고 흐르는 빗물' 불안하고 우울한 쪽방촌 사람들

'벽타고 흐르는 빗물' 불안하고 우울한 쪽방촌 사람들

김주현 기자
2016.07.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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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동자동 쪽방촌, 장마철에 "무너질까 불안해", 비오는 날은 주민들끼리 모일수도 없어 "우울해"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쪽방촌/사진=김주현 기자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쪽방촌/사진=김주현 기자

"불안하고 불편해도 그냥 사는 거지 뭘…"

한바탕 퍼붓던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쪽방촌 공원 의자에 앉아있던 윤모 할머니(81)가 담담하게 말했다. 윤 할머니는 쪽방촌에서 18년을 살았다. 남편, 손자와 셋이 살다 남편과 사별 후 직장을 얻은 손자마저 출가해 혼자가 된 지 3년째다.

지난 이틀 내내 소란스럽게 내린 비로 윤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 복도엔 물 양동이가 등장했다. 50년 정도 된 건물이다 보니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새는 빗물을 막을 수 없다.

4층짜리 이 아파트 한 층에는 5~10가구 정도가 산다. 공용 개수대와 화장실이 복도 끝에 있어 바닥엔 늘 물기가 남아있다. 고르지 못한 바닥 탓에 움푹 파인 곳마다 작은 물웅덩이가 있다. 곳곳엔 천장에서 샌 물로 인해 얼룩도 있다. 햇빛이 들지 않아 습하고 서늘한 복도는 형광등도 없어 캄캄하기까지 하다.

윤 할머니는 "비가 오면 옥상에서 물이 흘러내려온다"며 "방안에는 물이 새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불편한 게 한두 개도 아니고 그 정도면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동자동 쪽방촌에는 건물 70여개에서 1200여가구가 살고 있다. 가족이 함께 살기도 하지만 95% 이상이 1인 가구다. 50대 비율이 가장 높고, 60~80대가 절반 정도다.

공원 옆을 돌아가면 전깃줄이 엉겨있는 단층 건물이 서 있다. 이곳에는 '한 지붕 11가구'가 살고 있다. 낮밤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어두운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눅눅한 기운과 함께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

20m도 채 되지 않는 깜깜한 복도 양옆으로 방문이 빽빽하다. 한가운데엔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담으려 플라스틱 그릇이 놓였다. 복도 끝 화장실엔 문 대신 달려있는 커튼이 검은 곰팡이로 얼룩덜룩했다. 3.3㎡(1평) 남짓한 방 안에 창문은 없다. 환기도 되지 않다 보니 살짝 열어둔 방문을 끈으로 고정해놓고 지낸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 천장에서 새는 빗물 탓에 복도에는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있다/사진=김주현 기자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 천장에서 새는 빗물 탓에 복도에는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있다/사진=김주현 기자

쪽방촌 입구 근처 4층 건물에 사는 정모씨(60)는 11년 전 이곳으로 왔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직장을 잃고, 마땅한 집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2005년 쪽방촌에 자리 잡았다.

정씨가 사는 건물엔 50가구 정도가 산다. 지난해 페인트칠을 다시 해 겉모습은 말끔하지만 내부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장마철엔 빗물이 벽을 타고 내려와 벽지가 마를 날이 없다. 곰팡이도 당연지사다.

정씨는 "벽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벽지를 적시는데, 습한 내부에 환기도 잘 안 돼 검은 곰팡이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시 지원으로 새로 도배를 했지만 비가 새니 금방 다시 곰팡이가 생겼다고 한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손을 대면 시멘트 가루가 흘러내리기도 한다. 정씨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무너질까 불안한 마음도 든다"며 "이번 여름은 큰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습하고 좁은 쪽방이 답답해 주로 근처 공원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비가 오는 날엔 그마저도 할 수 없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살았다는 배모씨(64)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방 안에 있으면 뭘 하나"며 "집 앞 의자에라도 앉아 있어야 주민들과 말도 하는데, 비가 오면 더 외롭고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나마 사정은 나아졌다. 쪽방 내 도배, 장판, 화장실 타일 등을 보수했다. 침수 피해 등은 심하지 않아 배수공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송윤수 팀장은 "동자동 쪽방촌이 고지대다 보니 태풍이나 장마로 침수 피해는 없다"며 "장마철이 되면 습해지고 환기가 안 되다 보니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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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사회부 김주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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