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파면] 헌재 앞 집회 현장, 순식간에 초상집 분위기

적막이 감돌았다. 곡소리도 나왔다. 쓰러져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숙연한 분위기에 곳곳에서 탄식이 나왔다. 축제 분위기였던 소위 태극기 집회(맞불집회) 현장은 순식간에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나라가 미쳤다. 빨갱이들한테 다 넘겨주게 생겼다."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결정하자 헌재 인근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진행 중이던 친박(친박근혜) 단체 회원들이 격분했다.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뱉는 참가자들이 상당수였다. 헌재 방향 통로를 차단한 경찰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닦는 참가자도 있었다.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일을 발표한 8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릴레이 집회를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결국 고영태가 이겼다"며 "헌재 결과 8:0 인용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헌재가 역사에 남을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일단 마음을 추슬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우려해 "자해하거나 극단적 선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끝까지 가자'고 외쳤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정모씨(78)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울화통이 터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일찍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온 진모씨(66)는 "우리 세대가 고생해서 힘겹게 일궈낸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다"며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종북세력과 언론으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를 인정하고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모씨(72)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것을 거스를 수 있겠냐"며 "우리는 할 만큼 노력했으니 만족한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