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혁신하다 시장의 대변신 6회-①]전통시장 희망은 있다…'엽전 뷔페' 광장시장, '야시장 변신' 깡통시장 등

지난 1일 찾은 서울 종로구의 광장시장. 한파의 영향이 가시지 않아 영하권을 오가는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시장은 활력이 넘쳐 보였다. 평일 오후 4시라는 이른 시간에도 시장의 통로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댔다.
10대 학생들부터 50~60대 주부들까지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추운 날씨에 허연 김을 뿜어내는 순대와 빈대떡 등 전통 먹거리들은 지나가는 손님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커플 또는 가족 단위로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가판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저마다 먹거리를 즐겼다.
친구와 함께 시장을 찾았다는 박주연씨(24)는 "광장시장 육회가 유명하고 맛있다고 해서 친구랑 같이 먹으러 왔다"며 "간만에 시장에 오니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재미있고 힘을 받아가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6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거듭난 광장시장이 매번 성황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전통시장과 큰 차별성이 없었고, 사람들의 발길은 뜸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과 2002년부터 추진된 시설개선 사업으로 젊은 세대의 발걸음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젊은 세대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위주로 발전했다. 40년 가까이 시장에서 장사하고 있다는 상인 김모씨(70)는 "예전에는 주단이나 그릇을 위주로 팔았고 먹거리를 파는 노점은 별로 없었다"며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으면서 그에 맞게 빈대떡 등 먹거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농수산물·잡화·의류 등 한가득 장을 보고 난 뒤에는 먹거리로 배를 채운다. 이처럼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색다른 경험이 광장시장을 되살린 원동력이 된 셈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멋'을 전달하는 시장
인근에 있는 서울 통인시장은 '엽전도시락'이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부활에 성공한 사례다. 통인시장은 2012년부터 '도시락카페 통(通)'을 열고 현금을 '엽전'으로 바꿔 마음껏 먹거리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손님들은 도시락 그릇을 하나씩 집어 들고 상점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마치 현대식 뷔페처럼 푸짐하게 전통 음식을 담아 즐기는 셈이다. 엽전도시락 아이디어는 10~20대들을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통인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멋을 발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주의 송정역시장은 청년의 감성을 시장 안으로 끌여들여 활력을 되찾았다. 2015년 기존 고령의 상인만 있던 곳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고, 타이포그래피(typography·활자를 이용한 디자인)를 이용한 간판 디자인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도록 시장을 재단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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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상점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간판들을 달고 있어, 송정역시장은 어느덧 광주의 주요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시장을 지나다 보면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손님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재개장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점포 수도 2015년 당시 30여개에서 지난해 말 60여개까지 증가했다.
지난달 송정역시장을 찾았다는 최정문씨(35)는 "주변에서 맛집도 많고 재미있는 물건도 많다고 추천을 해줘서 한 번 가보게 됐다"며 "전통시장이라는 생각보다는 마치 잘 꾸며진 관광지에 온 것처럼 이색적인 경험으로 느껴져 좋았다"고 말했다.
◇체험과 먹거리의 조화…야시장으로 변신한 전통시장
야시장으로 변신하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전통시장도 있다. 섬유 도매로 유명했던 대구 서문시장은 불과 2016년 6월 이전만 하더라도 낮에만 시장을 운영했다. 단골층만 시장을 찾아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8만명이 방문하며 국내의 대표 야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야시장은 서문시장 건어물상가 앞 도로 350m 구간에서 매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80여개의 점포가 모여 운영된다. 칼제비(칼국수+수제비), 따로국밥 등 전통적 먹거리부터 삼겹살김밥, 문어꼬치 등 젊은이들이 좋아할 먹거리가 가득하다.
단순히 먹거리만 서문야시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같이 길거리 공연이 이어지고 치맥페스티벌, 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지역 행사와 연계해 다양한 체험도 제공한다.
2013년 전국 최초로 야시장으로 변신을 시도한 부산의 부평깡통시장도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당시 시장의 활력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던 상인들과 지자체는 대만 타이베이의 야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왔다. 젊은이들이 찾고 싶어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부평깡통시장과 서문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전국 많은 전통시장에서 야시장으로의 변신을 꾀했지만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먹거리 만을 앞세워 우후죽순 생겨나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고사한 곳도 많다. 차별화를 위한 야시장이 난립하며 오히려 차별성이 없어진 것이다.
부산의 수영 팔도야시장은 2015년 12월 개장했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충북 청주의 서문시장도 2016년 6월 개장 9개월 만에 폐쇄됐다. 체계적인 홍보 부족은 물론 재방문 의사를 느낄 수 없는 천편일률적인 먹거리와 즐길거리에 원인이 있었다고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