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왕 논란 사업장' 서울청 광역수사대, 전담팀 꾸려 피의자 추적중…GS건설 "부인"
GS건설(37,350원 ▼2,000 -5.08%)이 재개발 사업장에서 시공권을 따기 위해 조합 측에 50억원 규모의 뇌물을 건넨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2일 경찰청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경찰청의 지휘를 받아 가재울4구역 재개발 사업(가재울4) 비리 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가재울4구역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4300세대 규모의 재개발 구역으로 시공사 선정은 2006년 이뤄졌고 입주는 2016년 10월부터 시작됐다. GS건설은 가재울4의 시공권(약 8000억원 규모)을 따기 위해 선정 과정 전후로 조합 측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정비업자) 박모씨에게 5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정비업자는 조합 임원과 더불어 일감 발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GS건설은 현대산업개발, SK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업계 일각에선 GS건설이 애당초 수주 대상이 아니었으나 뒷돈을 주고 컨소시엄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GS건설은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했다. GS건설 측은 “시공사가 정비업자와 업무를 볼 일이 없다”며 “가재울뉴타운 사업 수주를 위해 그 누구에게도 대가를 지불하고 청탁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것이어서 단독으로 뒷돈 등을 제공할 수도 없고 그런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미 경찰은 2011년에도 가재울4 비리 전반을 집중 수사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GS건설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지했으면서 수사를 마무리하지도 않고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기지도 않은 것이 최근 경찰청 감찰로 드러났다. 수사가 미진했다는 이유로 경찰청은 서울청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다만 뒤늦은 경찰 수사가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범행 시점이 특정되지 않지만 혐의가 사실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이 흘러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을 위험이 있다. 현재 1억원 이상 뇌물수수죄의 공소시효는 15년, 뇌물공여죄는 7년이다. 해외도피 등 공소시효 정지 사유를 고려하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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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정비업자 박씨가 일찌감치 도주한 점도 걸림돌이다. 박씨는 재개발 조합장을 폭행·회유해 분양대행 계약을 따내는 등 또 다른 혐의들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달아나 지명수배 상태다.
서울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전담팀을 꾸리고 핵심 피의자인 정비업자 박씨를 체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속히 검거해 정밀 재수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경찰청은 가재울4의 철거업체 현장소장 조모씨의 수사기록이 누락된 사실도 포착해 서울청 광역수사대에 재수사하도록 했다. 조씨는 가재울4의 철거면적을 부풀려 조합에 42억원가량의 손해를 끼치고 조합원들의 자산인 고철을 마음대로 팔아 13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사건의 무대인 가재울4는 전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중 각종 의혹이 가장 많이 불거진 곳으로 꼽힌다. 소위 ‘철거왕’으로 불리던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사업장도 이곳이다. 정비업자 박씨 역시 이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대문구는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가재울4 사업장을 분석한 ‘재개발 비리 백서’를 제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