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성범죄 수사 검사 고민 1위 "무고 수사 안하면 남자들이…"

[검블리]성범죄 수사 검사 고민 1위 "무고 수사 안하면 남자들이…"

최민경 기자
2019.06.15 06:00

[the L]미국, 무고죄 적용·처벌하는 경우 드물어…우리나라도 성폭력 사건 종결 전까지 무고 수사 중단하기로

[편집자주] 검찰 수사는 브리핑이나 발표로 전달되는 뉴스 외에도 이면에서 벌어지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맛평가 조사인 블루리본처럼 검찰블루리본, '검블리'는 검찰 수사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고 전달하고자 합니다.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한국에선 성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을 경우 무고로 수사하기도 하는데 미국과 아일랜드는 어떻게 무고에 대한 수사를 하는가?"

"무고라고 하더라도 기소하지 않으면 상대 남성 반응 어떤가? 무고당한 남성이 어떻게 대응을 안해서 기소를 안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 성범죄를 수사하는 검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고'다. 최근 미투 운동과 맞물려 폭로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무고죄 수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2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여성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검찰의 대응방안' 한인검사 학술 세미나에서는 검사들의 이같은 고민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열린 세미나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 검사와 수사관들 질문의 40%는 각국 무고죄 수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미국·캐나다·아일랜드 등 3개국의 검사들은 각국에서 "무고죄를 처벌하지 않는 추세"라고 답했다. 무고죄 처벌이 엄격해질 경우 피해자가 위축돼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도 무고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무고한 신고를 당했을 경우 민사상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로 대처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 에스더 김(Esther Kim) 캘리포니아 주검찰청 검사의 설명이다.

뉴욕 주도 정책적으로 무고죄로 기소하진 않는다. 다만 뉴욕주의 경우엔 성범죄 관련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들의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 한나 유(Hannah Yu) 뉴욕 카운티 검찰청 검사는 "허위신고자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하면 이전 기록을 참고해 수사한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역시 무고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무고를 당하더라도 신고자나 검찰을 고소하지 않고 정부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드라 맨테(Sandra Manthe) 아일랜드 더블린 검찰청 검사는 "무고죄로 기소된 경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무고죄를 엄격하게 수사·처벌하고 있지만 한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성폭력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되는 현실은 결국 2차 피해와 피해자의 침묵을 낳게 한다"며 한국 정부에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남발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성폭력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무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려 대검찰청 성폭력수사 매뉴얼이 개정된 상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서울중앙지검 박은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무고죄나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는 2차 피해가 빈번하다"며 "유엔 권고를 받아들여 성폭력수사 매뉴얼을 개정한 것은 발전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12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여성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검찰의 대응방안' 한인검사 교류협력 프로그램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한인검사협회 검사들/사진=대검찰청 제공
12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여성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검찰의 대응방안' 한인검사 교류협력 프로그램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한인검사협회 검사들/사진=대검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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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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