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연기에 아비규환…" 휴대폰 비춰 환자 대피시킨 직원들

"검은연기에 아비규환…" 휴대폰 비춰 환자 대피시킨 직원들

이해진 기자, 김포=김상준 사회부기자, 김포=유효송 기자
2019.09.24 15:53

[르포]김포 요양병원 화재…"창문 없는 중환자실서 2명 사망"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 5층 건물 4층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그을려 있다.  불이난 요양병원 4층에는 130여명의 노인과 50명의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 5층 건물 4층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그을려 있다. 불이난 요양병원 4층에는 130여명의 노인과 50명의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펑 소리가 나더니 검은 연기가 확 퍼졌다. 컴컴한 데서 침대째 환자를 옮기는데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24일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숨진 경기 김포 요양병원 앞에서 만난 환자와 병원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화재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사고 소식에 달려온 가족들은 환자가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에 안도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찾은 김포 풍무동 요양병원 1층 주차장에는 환자 70여명과 보호자들이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교적 부상 정도가 덜한 이들이지만 절반이 넘는 40명가량이 거동이 불편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보호자들은 구급차가 오는 쪽으로 목을 뺀 채 작은 소리에도 고개를 돌려 반응했다.

2달 전 당뇨로 입원했다는 한정규씨(75)는 "펑 소리가 나더니 금세 검은 연기가 자욱해졌다"며 "천장에서 물(스프링클러)이 나오지 않았고 경보음도 듣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씨는 "간호사가 '입부터 막고 나가라'고 소리쳐 병실에 있던 우리 6명이 각자 수건으로 입을 막고 간호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건물 전체에 전기가 차단된 상태라 직원들은 환자를 대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은 검은 연기가 피오르는 탓에 침상 하나하나에 휴대폰 불빛을 비춰 환자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박모씨(70)는 "아비규환"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씨는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퍼졌다"며 "거동을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직원들이 환자를 이불에 싸 둘러메고 또 침대째로 옮기는 데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뇌출혈로 입원한 전경만씨(67)는 "다리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타는 냄새가 났다"며 "간병인이 급히 휠체어를 밀어서 대피시켜줬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에 달려온 환자 가족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치매를 앓는 80대 노모를 병원에 모신 백연홍씨(49)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불이 났다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며 "상사에게 이야기할 생각도 못하고 바로 차를 몰았다"고며 울먹였다. 백씨는 "어머니가 일찍 대피해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진 않아 다행"이라며 "치매를 앓고 계셔 불 난 것도 잠깐 잊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김미영씨(42)도 "119에 전화해 불이 난 곳이 어머니가 계신 병원인 것을 확인했을 땐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며 "평택에서 1시간 넘게 달려와 어머니를 보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는 오전 9시3분쯤 요양병원 건물 4층 보일러실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가 발생한 지 1시간여 만인 오전 10시5분쯤 환자 전원을 구조했다.

소방당국은 전기안전점검으로 건물 전체에 전기가 차단되자 병원이 보일러실에 있던 의료용 산소 탱크를 수동으로 열다가 불이 난 것으로 파악했다. 화재가 발생한 보일러실에는 산소탱크 4~5개가 있었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법상 의료용 산소기가 보일러실에 있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의료법상 문제가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 등 목격자들의 말처럼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에는 환자 130여명이 23개 병실에 입원 중이다. 소방당국은 구조대원 50여명을 투입해 환자와 병원관계자들을 계단을 통해 신속하게 대피시켰으나, 치매나 고령환자가 많아 대피에 어려움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일러실 바로 가까이 있던 집중치료실에 입원 중이던 김모씨(90)와 이모씨(86)가 연기를 흡입해 숨졌다.

두 사람은 자가호흡이 안돼 평소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던 환자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사망자들이 있던 집중치료실은 유리창이 없어 연기가 가득 찼다"고 말했다. 환자 38명도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6명은 중상을 입었다.

경찰도 이날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화재 원인 분석에 나섰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날 오후부터 합동감식을 벌여 명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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