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을 한살 낮춰 고등학교 3학년인 만 18세에게도 선거권을 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자, 교육계가 술렁였다.
당장 오는 4월 15일 총선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인 4월 16일까지 태어난 고3 학생까지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 확대는 폭넓은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편이고, 참정권은 시민으로서 책임을 지우는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선거 연령이 만 19세 이상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선거연령이 20세였던 일본도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만 18세로 내렸다.
미국은 이미 1971년부터 선거권 연령을 만 21세에서 18세로 낮췄다. 청소년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실제 참여하는 모습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이후 한국사회에선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입시에 쫓기는 현실에서 고 3학생이 정치적 선택을 고민할 여력이 있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이유로 고교 졸업 후 선거권이 부여되는 게 맞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그 근거로 영국은 만 16세에 사실상 졸업 후 사회경험을 하고 2년 후인 만 18세에 투표권을 얻고, 통상 만 6세에 입학하는 일본과 미국은 만 17세 고교 졸업 후 만 18세에 선거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만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초·중·고 12년 과정을 거쳐 만 18세엔 여전히 고등학교 과정에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OECD 36개국 중 체코 등 11개 국가만이 '교복선거'를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18년 교육지표를 보면, 고교 졸업 연령이 만 18세 이상인 나라는 36개국 중 20개국이 넘는다. 얼마든지 학생들이 '교복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복 투표'가 문제라는 지적은 선뜻 납득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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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입시험이 전국민의 관심사이고, 시험일에는 항공기의 이착륙까지 통제할 정도로 입시가 청춘의 미래를 결정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학내에 정치가 개입되는 우려가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장한 대로 교정이 정치장화되면서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있다. 최근 인헌고 사태가 그런 우려를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교육부가 선거운동과 선거법 관련 정보를 담은 가이드라인 제작을 고려하고, 서울시교육청도 올바른 참정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이다.
선거권을 갖게 될 청소년들의 정치적 선택과 판단에 대한 의구심은 아니다. 주어진 투표권이 올바른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어른들에게서 기인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어른들과 정치권이 보여준 '편가르기' 같은 관행이 그대로 투영돼 그들에게 잘못된 영향을 미칠 지 노파심을 지우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