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진천 온 우한 교민들…엄마랑 떨어져 앉은 아이는 '어리둥절'

[르포]진천 온 우한 교민들…엄마랑 떨어져 앉은 아이는 '어리둥절'

진천(충북)=박경담 기자
2020.01.31 16:30

우한 교민, 진천·아산 격리수용 시작

7~8살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얼굴 눈 밑까지 덮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바로 옆 자리는 엄마·아빠가 앉는 대신 비어 있었다. 취재진은 버스를 향해 연신 플래쉬를 터뜨렸다. 고국이 낯선 건지, 사람들의 시선이 낯선 건지 이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앞에는 2주 동안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외딴 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31일 오후 1시23분부터 14분간 우한 교민 150명을 태운 베이지색 소형 버스 15대가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하 개발원)으로 들어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어진 하얀 방호복을 입고 고글까지 쓴 기사가 버스를 몰고 왔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나온 방역 요원은 소독약 호스를 들고 1분 30초 동안 차량 곳곳을 소독했다.

커튼을 친 버스도 있었지만 속이 훤히 보이는 차량 역시 적지 않았다. 버스 내부에 나란히 앉은 우한 교민은 없었다. 모두 2인용 좌석에 홀로 앉고 빈 자리엔 짐을 실었다. 사람 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젊은 남학생은 취재진이 신기한지 스마트폰을 들고 거꾸로 촬영을 했다.

외출·면회 금지, 식사는 도시락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지역 한국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후 격리 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여자 어린이가 방역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진천(충북)=김휘선 기자 hwijpg@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지역 한국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후 격리 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여자 어린이가 방역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진천(충북)=김휘선 기자 hwijpg@

버스는 개발원에서 가장 외진 기숙사동으로 이동했다. 건물 내부에서 우한 교민은 신체 소독을 받고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1인 1실이다. 단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가족과 같은 방에서 지낸다. 신종코로나 최대 잠복기인 2주간의 격리 기간 동안 외출, 면회는 할 수 없다. 교민 간 교류를 차단하기 위해 식사는 구내식당 대신 도시락으로 대체한다.

이날 1차 전세기를 타고 입국한 우한 교민은 368명이다. 신종코로나 감염으로 의심되는 18명을 제외한 350명 중 150명은 진천, 나머지 200명은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됐다.

우려했던 진천군민과 경찰 간 충돌은 없었다. 진천군민이 이날 오전 우한 교민 수용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우한교민 수용반대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군민 50여명은 말 없이 우한 교민이 탄 버스를 지켜봤다.

"이게 환영할 일이냐" 분통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지역 한국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후 격리 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도착한 가운데 진천 주민들이 우한교민 수용 반대 피켓을 정리하고 있다. / 사진=진천(충북)=김휘선 기자 hwijpg@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지역 한국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후 격리 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도착한 가운데 진천 주민들이 우한교민 수용 반대 피켓을 정리하고 있다. / 사진=진천(충북)=김휘선 기자 hwijpg@

바닥에 겹겹이 쌓인 우한 교민 반대 피켓을 사진 찍자 비대위 측은 내용을 볼 수 없도록 거꾸로 뒤집어놓았다.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한 군민이 "아산은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고 하던데"라고 말하자 다른 군민이 "이게 환영할 일이냐"라고 대꾸했다.

유재선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개발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한 교민이 안정된 마음으로 입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주 동안 건강히 지내다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개발원에 대한 집중 방역과 소독을 실시하고 주민 접촉 차단을 위해 외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겠다"며 "저도 격리기간 동안 개발원 근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실시간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