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길 막힌 40만 불법체류자...코로나 방역 사각 내몰린다

출국길 막힌 40만 불법체류자...코로나 방역 사각 내몰린다

정한결 기자
2020.04.19 14:45

[MT리포트-코로나 방역 '사각' 불법체류자]①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법체류자들의 출국 문이 닫히면서 방역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중단하고 검사, 치료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신분에 대한 두려움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방역의 손길이 제대로 닫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는 불법체류자 입니다." 경남 양산에 사는 베트남 국적자 A씨는 최근 자신을 신고했다. '코로나19'를 피해 고향으로 가고 싶어서다. 하지만 정작 베트남에서 '코로나19' 감염우려가 있다며 송환을 거절했다.

조국이 거부한 그는 한국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에서 해고됐다. 현재 그는 친구집에 얹혀살면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40만명에 이르는 국내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에 있다. 불법체류자인 이들은 당장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도 없다.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한 명이 걸리면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19가 퍼질 위험도 더 크다. 일부 사업주들의 경우 감염을 막는다며 이들을 사실상 가둬두고 있어 이들의 인권도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국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들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자가격리 시설을 확보하는 등 특단의 조치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법체류자 40만명 시대…"비자 없어도 '코로나19' 걸릴 수 있어"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39만4368명이다. 총 체류 외국인 227만1300명의 17.4% 수준이다.

2016년 21만명이었던 불법체류자는 4년사이 2배 가까이 뛰었다. 대부분이 단기 비자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눌러앉는 경우다. 법무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자진 신고하면 재입국을 허가하고,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코로나19까지 가세하면서 크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의 촘촘한 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베트남, 몽골, 네팔 등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송환을 거부하는 상태다. 태국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 불법체류자들을 수송해 가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다.

불법체류자는 가장 기초인 방역 관련 안내 등에서 언어장벽에 부딪혔다. 기본 예방수칙은 다국어로 안내되고 있지만 수시로 발표되는 △확진자 수와 동선 △‘코로나19’ 재난문자 등은 한글로만 안내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은 커녕 외국인 등록증도 없는 이들은 마스크 5부제 실시 후 마스크를 구할 길이 없어졌다. 서울 동대문에 사는 네팔 국적의 M씨는 "비자가 없는 사람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감염 우려에 '강제 집단 격리' 인권침해까지...전문가 "특단의 조치 필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법체류자에게 먼 이야기다. 일부에선 방역을 이유로 인권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 시장에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다야 라이 서울경인이주노조 위원장은 "경기도 파주 일대의 일부 공장에서는 숙소에서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래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장주가 '코로나19' 우려에 컨테이너 숙소 등에 외국인노동자들을 강제로 집단 격리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 국가 출신들은 사원인 모스크에서 단체생활을 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여럿이 모여 사는 가운데 주거환경도 매우 열악해 감염 우려가 사실 크다"면서 "한 번 감염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불법체류자가 해고 1순위가 된 것도 집단생활에 영향을 줬다. 이들은 고용관계에 있어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월세를 내기 힘든 상황에 부닥치자 끼리끼리 모여 살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센터 관계자는 "미국발 입국자들처럼 이들에게도 자가격리할 시설을 제공하거나 적어도 단속이라도 줄여야 한다"면서 "단속하면 숨는데 숨으면 더욱 (감염) 관리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무부는 법무부 차원의 단속은 중단했지만 신고가 들어올 경우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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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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