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고 쌍둥이 측 임정수 변호인, 재판장이 법정에서 퇴정하고 난 후 증인에게 다가가 뭔가를 물어보려고 함.)
박신영 검사 :증인신문 시간이 아닌데 뭐 하시는 겁니까?
임정수 변호인 :내가 먼저 물어보고, 증인이 안다 그러면 이따가 물어보고 모른다 하면 (신문 내용에서) 빼려고 하는 건데요. 왜 문제 삼아요. 어디에 문제 되는 거죠? 쓸데없이.
검 :변호사님, 같은 법조인으로서 예의를 갖춰주시죠. 재판장님 계실 때 하세요.
변 :왜 끼어들고 난리야 자유국가에서.
경위 :(변호인에게 다가가 말리며) 휴정 시간에 이러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싸우지 말라는 말 드리는겁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숙명여고 쌍둥이 딸들의 재판. 첫 공판도, 결심 공판도 아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숙명여고 사회문화 과목 교사인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그는 법원 측 요청을 받아 숙명여고 내의 성적 급상승 사례 등을 조사한 경험이 있다. 앞서 쌍둥이 딸 측은 "성적 급상승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한다"며 A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이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던 검사는 재판부에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변 :증인은 2학년 1학기 사회문화 중간고사 실시 하루 전 변별력 높이기 위해 18번, 20번, 21번 문제를 수정했죠?
증인 A교사 :네
변 :21번 문항은 문제에서 물어보는 형식이 '모두 고르시오'로 달라졌지만 정답은 1번, 2번으로 동일했죠? 그런데 쌍둥이 중 언니인 현씨는 다른 정답을 골라서 이 문제를 틀렸죠?
A교사 :네
변 :만약 현씨가 검찰 주장대로 정답을 미리 외워서 다 알고 있었다면 틀릴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검 :재판장님 이의있습니다. 증인이 경험한 사실에 대해서만 물어야 하는데 지금 변호인은 가정적인 상황을 설정해두고 증인에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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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예. 주신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개방형으로 물어야 하고 유도신문을 할 수 없는데요. 방금 신문한 것은 가정적 상황이기도 하고 유도신문적인 내용도 있어 적절하지 않습니다.
재판장의 중재 노력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은 계속 일어났고, 재판장은 급기야 잠시 휴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휴정을 한 후 검사와 변호인 간 신경전은 더 거세졌다. 변호인이 증인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하자 검사가 '정식 증인신문 시간이 아니니 증인에게 질문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
이에 변호인은 한껏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왜 문제 삼냐"고 따졌다. 시끄러워진 법정으로 다시 들어온 재판장은 곤란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재판장은 "아이고,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불편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검사와 변호인 양측에서 최선을 다해주시는 것 감사하다. 다만 서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며 "법률이 아니라 예의를 갖춰서 서로 해달라.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것 같아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눈에 띄는 또다른 장면도 나왔다. 쌍둥이 언니인 현씨가 검사가 증인신문을 진행하던 도중 "제가 직접 그 부분에 대해 보충설명을 하고 싶다"고 발언한 것. 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끌어내려고 하자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고인도 증인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지만 우선 검찰 측 신문을 다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에 변호인이 "제가 피고인 대신 질문하겠다"고 나서면서 현씨가 직접 증인을 향해 말하는 광경을 볼 순 없었다.
쌍둥이 딸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3일에 열릴 예정이다.

쌍둥이 딸들은 지난 2017년 1학기 1학년 기말고사 때부터 2018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다섯 번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지를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1학년 1학기 때 전교 121등, 59등이었다가 다음 학기에 전교 5등,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다. 2학년 1학기 때는 각각 문·이과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학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시험답안을 빼돌려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한편 학교 시험지를 딸들에게 유출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먼저 기소된 아버지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