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밤 늦게까지 전경들이 가게 문 앞까지 진을 치고 있었어요."
10년째 서울 종로구 안국동(북촌)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여·40대)는 2016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이었을 때다.
청와대 인근 상인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날이 많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컸다. 집회와 시위는 국민이 단결된 뜻을 표출하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로서는 생업을 유지하는 데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이벤트다.
A씨는 22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가면 시위로 인한 불편도 줄어들 것 같고 지금 경비 초소로 쓰이는 도로가 구경하며 다니기 괜찮은 곳이라 찾는 사람도 늘 것 같다"고 밝혔다.
가회동(북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여·50대)도 "과거 청와대와 더 가까운 곳에서 카페를 운영했는데, 시위가 몰릴 때마다 문을 닫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복궁 서쪽 사직동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B씨(남·50대) 역시 "TV에서 광화문에서 시위한다고 하면 유동인구가 확 줄어든다"며 "주로 외국인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오는데 시위한다고 하면 오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통인동(서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여·60대)도 "청와대(대통령 집무실)가 옮겨가서 사람들이 데모 안하는 건 좋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찰의 집회·시위 방어선은 갈수록 청와대쪽으로 가까워져왔다. 과거에는 현재 광화문광장에 자리한 이순신 장군 동상이 기준점이었다. '명박산성'의 광화문 차벽도 이 앞에 세워졌다. 하지만 2016년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법이 정한 기준인 청와대 경계 100미터 앞까지 집회와 시위가 가능해졌다. 자연히 일대의 자영업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취재가 이뤄진 22일만 해도 오전 11시부터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인근에서 민주노총이 '10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 당선인 측은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전면 개방해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거듭 밝히고 있다. 과거 소규모 미술관, 공방 등을 중심으로 활기를 띄었던 청와대 인근 지역은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상권이 주춤한 상황이다. 상인들은 지금의 청와대가 관광지가 되며 일대 상권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B씨는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의 서울 관광 코스는 경복궁-북촌-인사동-창경궁-창덕궁 하루, 덕수궁-시청-명동-남산 하루로 딱 1박2일이었다"며 "여기에 청와대가 추가되면 하루 더 머무를 수 있어서 주변 상인들과 숙박업소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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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D씨(여·50대)는 "주변에 건설 예정인 이건희 미술관을 포함해서 청와대까지 개방되면 동네에 전체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올 것 같다"고 했다.
한편에선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들이 임대료 상승 등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씨는 "최근 안국역 근처에서 도넛이나 베이글 가게가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이쪽까지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며 "집무실이 옮겨가고 진짜 이 지역 상권이 살아나서 임대료를 더 올려달라고 하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편으로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