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4명" 내건 文정부, 현실은 0.8명…"용두사미였다"

"출산율 1.4명" 내건 文정부, 현실은 0.8명…"용두사미였다"

정현수 기자
2022.05.07 08:15

[MT리포트] 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⑩ 인구정책

[편집자주]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 가치를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 놓고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를 따져보자.

용두사미(龍頭蛇尾). 문재인 정부의 인구정책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창기 인구정책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의지를 놓고 본다면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았다. 그 사이의 각종 지표는 역대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시기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은 단 한차례도 반등하지 못하며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수는 26만500명으로 2017년(35만7771명)보다 27.18% 줄었다. 합계출산율 역시 같은 기간 1.05명에서 0.81명으로 감소했다.

합계출산율 1.4명 내걸었던 文정부…현실은 0.81명

출산 지표가 문재인 정부에서만 감소한 건 아니다. 2002년부터 본격화한 초저출산 현상으로 연간 출생아수는 추세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집권 기간 내 출산 지표가 단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한 건 처음이다. 연간 출생아수가 두자릿수의 감소폭을 기록한 것 역시 처음이다.

출산 지표로 인구정책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출범과 함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건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연간 출생아수 45만명과 합계출산율 1.4명 회복을 제시했다.

호기롭게 출발한 만큼 초창기 기대감은 높았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의 강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저출산위 위원장인 대통령을 보좌할 부위원장과 저출산위 사무처를 신설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저출산위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거듭난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저출산위 간담회에 직접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저출산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이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의 무관심 속에 '유령위원회' 소리까지 들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간담회에서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며 "출산장려 정책을 넘어 여성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7.12.26/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7.12.26/뉴스1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결국엔 성공보다 실패

정부는 이후 5년마다 발표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양육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여 출산율 저하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던 기존 인구정책의 종언을 선언한 것 역시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그 이후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 정책이 여성 정책, 나아가 추상적인 개념인 삶의 질 개선으로 가버리면서 인구정책의 추진동력이 약해졌다"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인구정책을 재구화하는 과정에서 내용 면에선 업그레이드가 있었지만 여전히 미시적 접근에 안주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합계출산율 등이 급락하자 정부의 의지는 약해졌다. 제6기 저출산위의 활동보고서를 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저출산위 본위원회는 총 11번 열렸다. 이 중 위원장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는 단 한 차례다. 2019년 열린 4번의 본위원회는 모두 서면심의로 진행됐다. 2020년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19년 기획재정부의 인구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분류(완화, 대응, 기획)에 따르자면 저출산위는 완화, 인구TF는 대응을 담당했다. 인구TF가 범부처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줄 것을 기대했지만 새로운 발상의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미 고착화된 저출산·고령화 기조에서 정년연장과 연금개혁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하지만 어떤 시도도 없었다. 정부의 의지, 부처간 장벽 등 요인은 다양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거버넌스 체계 개편이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차기 정부의 인구정책은 정책 리더십을 높일 수 있는 기구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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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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