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0원이라도 올리고 싶어요"…6500원 잔치국수 분식집의 한숨

[르포]"500원이라도 올리고 싶어요"…6500원 잔치국수 분식집의 한숨

김도균 기자
2022.06.06 16:05
6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의 한 분식집. 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72)는 최근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3년간 유지해온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사진=김도균 기자
6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의 한 분식집. 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72)는 최근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3년간 유지해온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사진=김도균 기자

"500원이라도 올리고 싶어요."

서울 중구에서 40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72)는 최근 치솟는 물가에 한계에 부딪혔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손칼국수 등 면류를 6500원에 팔고 있지만 팔아도 손에 남는 건 없다. 이씨가 들여오는 3kg짜리 소면은 6개월 전에 비해 20% 가량 가격이 올랐다. 원가가 오른 만큼 음식 가격도 올려야 하지만 손님이 떨어져 나갈까봐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다. 아직 이씨 가게의 차림표 가격은 코로나19(COVID-19) 이전인 3년 전 그대로다. 이씨는 코로나19 일상회복 단계이지만 아직 손님이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500원이라도 올려야 하나 고민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안 그래도 손님이 줄었는데 더 줄어들까봐 그러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6일 통계청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지수는 109.19로 1년 전보다 7.6% 올랐다.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9% 상승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비료값과 곡물가격, 유가가 폭등한 탓이다. 품목별로 국수 33.2%, 밀가루 26.0%, 식용유 22.7% 등 주요 식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높은 식재료 가격 상승률에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하모씨(64) 역시 최근 물가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하씨는 "지난해 이맘때쯤 밀가루 20kg 한 포대를 1만9000원 정도에 들여왔는데 지금 2만5000원 이상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장면 등 중식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양파의 경우 한 망(15kg)에 2만원으로, 작년 평균 1만원선의 2배에 달한다고 했다.

하씨는 "가격을 올리려면 자장면뿐 아니라 다른 음식의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아직 그럴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물가 상황을 더 지켜보다가 올 하반기쯤에나 한번 올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분식집. 이 가게는 지난 1일부터 라면류의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사진=김도균 기자
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분식집. 이 가게는 지난 1일부터 라면류의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사진=김도균 기자

이미 가격을 올린 음식점도 적지 않다. 서울 중구에서 다른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지난 1일부터 라면 메뉴의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다. A씨는 "주기적으로 상자 단위로 들여오는 라면사리의 가격이 올라서 8년만에 가격을 올렸다"며 "인근 다른 분식집 역시 라면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기존에 1~2주일 간격으로 5포대씩 구입하던 밀가루를 최근에는 한번에 10포대 사들였다. 밀가루를 납품하는 업체측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미리 사놓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는 것이다. A씨는 "밀가루는 유통기한이 길어서 미리 사놓을 수 있지만 야채는 그럴 수 없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일부 품목은 수급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물을 우리는 데 주로 쓰이는 황태가 대표적이다. A씨는 "평소 같았으면 황태 1kg짜리를 2~3봉지 들여와야 했는데 이번주에는 1봉지밖에 못 들여왔다"고 말했다. 명태의 경우 전체 수입 물량의 60% 이상을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국내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 물가 상승은 인건비 상승 등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물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인건비가 오르게 되고 또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자영업자는 다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이어 "수입 식자재의 경우 할당 관세를 면제해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유통되는 식자재 가격을 낮춰주는 한편 자영업자들에게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일시 감면해줘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필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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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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