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라덕연 사태 100일]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증권(SG)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의혹 핵심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2023.05.04.](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3/08/2023080112225735144_1.jpg)
"시세조종 한 적 없고 (시세조종의) 의사도 없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라덕연 H 투자자문업체 대표의 변호인은 이같이 변론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인은 "(라 대표가) 가치투자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G발 주가 폭락 사태가 벌어진 지 100일이 지났다. 폭락 종목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라 대표 일당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일당의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하고 나아가 투자자 등 관련자들의 범죄 연루 여부를 밝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SG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9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라 대표와 변모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40),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32) 등 주범으로 지목된 3인방을 포함해 8명이 시세조종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24일 폭락한 8개 종목의 시세를 2019년부터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갤러리를 운영하며 라 대표 등의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남모씨는 구속돼 별개 재판을 받고 있다.
라 대표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근거는 △주식 거래 형태가 대부분 '매수' 주문이었고 투자자가 정산을 원할 때 '매도' 주문을 넣었다는 점 △호가 관여율이 낮다는 점 등 2가지다. 호가 관여율이란 전체 주문 중에서 시세조종 주문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반면 이들은 무등록투자일임업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식의 발언을 했다. 라 대표의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증권사들도 펀드를 조성해 주식거래 투자를 한다"며 "그 증권사들도 보다 싸게 사고 고점에서 팔아서 이득 챙기려 하는데 그 거래형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라 대표의 행위를 증권사의 거래 행위에 빗댄 것인데 이는 현행법상 '무등록투자일임업'에 해당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시세조종을 부인하고 무등록투자일임을 인정하는 주장은 시세조종 피의자들의 입에서 통상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정매매는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통정매매를 입증하려면 통정, 즉 사전에 시세조종을 공모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그런데 계약서나 대화 내역 같은 물증이 남지 않는 이상, 시세조종을 사전에 공모했는지 명시적으로 확인할 근거가 없다.
벌금의 액수도 차이가 크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영위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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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벌금은 시세조종으로 얻은 부당이득에 따라 산정된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 행위를 한 사람에게 1년 이상 유기징역과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이들이 얻은 부당이익을 7305억원으로 산정하고 있어 이 금액이 모두 인정된다면 조 단위 벌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가조작의 경우 주가 등락에 따른 부당이득을 산정하기가 난해하다는 맹점이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 곤란할 때는 벌금의 상한액은 5억원이다.

라 대표 등은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커 혐의 입증이 검찰의 숙제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시세조종을 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 그 의도를 역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검찰이 재판 단계에서 입증해야 하는 것은 시세조종의 목적성과 고의성"이라며 "호가·종가 관여, 이들 일당이 공모했다는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있어 호가 관여율은 상당히 중요한 지표"라며 "라 대표는 호가 관여율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실제 호가 관여율이 얼마나 되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범죄 연루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본부(단성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김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와 김 전 회장 자택, 김 전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라 대표는 지난 6월12일 김 전 회장과 키움증권,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을 상대로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형사 사건은 아니지만 라 대표는 하한가 사태 직후부터 배후에 김 전 회장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던 만큼 사실관계를 가리는 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투자자들이 피의자로 전환될지도 관심이 모인다. 검찰은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라 대표 등 일당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해당 휴대전화로 주식거래를 하고 투자자 동의 없이 개설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해 거래에 사용했다.
투자자가 통정거래를 통한 시세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신분증과 투자금을 맡겼다면 시세조종의 공범으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크다.